청년이 무엇으로 자기 길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에 따라 자기 길을 조심함으로 하리이다.
(시편 119편 9절)
처녀와 영원한 동정녀
어제 KBS에서 방영한 다큐 프로그램 <인도전통 결혼식과 오남축제>를 시청했습니다. 방송 중 인도의 여신들을 그린 벽화가 화면에 잠시 나타났는데,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여신의 모습이 눈에 띄네요. 그 장면을 보다가 아내가 "저건 분명히 힌두교의 여신인데 왜 카톨릭의 마리아와 비슷한 모습일까?"라고 묻습니다. 히슬롭이 지은 <두 개의 바빌론>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전세계에 퍼져있는 여신숭배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부부간 대화가 이사야 7:14로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성탄절이 다가오면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된 설교를 자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설교 중에서 자주 인용하는 말씀 중 하나가 이사야 7:14 말씀이지요. 그런데 수많은 현대 역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예수님께서 처녀의 몸에서 탄생하신 것을 부인합니다. 또한 로마카톨릭 역본들은 이 말씀을 변개하여 "한 처녀(a virgin)"를 그들의 용어인 "성모, 영원한 동정녀"(The virgin)로 바꾸어 놓고, 이를 마리아 숭배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흠정역: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한 표적을 너희에게 주시리라. 보라, 처녀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사 7:14).
개역: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징조로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공동번역: 그런즉, 주께서 몸소 징조를 보여주시리니,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 ㉠"젊은 여인"이라고 옮길 수도 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가톨릭역: 그러므로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대언자 이사야에게 분명히 "처녀"라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셨는데, 예수께서 처녀의 몸에서 탄생하신 것을 믿지 않는 인본주의 신학자들이나 원어성경주의자들은 히브리어 "알마"가 "젊은 여자"를 의미한다고 주장하며 "처녀" 대신 "젊은 여인"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젊은 여인을 영어로는 레이디(lady)라고도 부릅니다. 구글 검색창에 our lady 라는 단어를 입력해서 찾아보시면, 이것이 로마카톨릭에서 그들이 섬기는 "하늘의 여왕 성모 마리아"를 부르는 호칭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한글에서는 관사라는 것이 없어서 그냥 "처녀"라고 번역되었지만, virgin에 부정관사 a 를 붙이느냐 정관사 the 를 붙이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최근에 나오는 영어 역본들이 1611년 킹제임스 성경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KJV: Therefore the Lord himself shall give you a sign; Behold, a virgin shall conceive, and bear a son, and shall call his name Immanuel.(사 7:14)
NKJV: "Therefore the Lord Himself will give you a sign: Behold, the virgin shall conceive and bear a Son, and shall call His name Immanuel.
NIV: Therefore the Lord himself will give you a sign: The virgin will be with child and will give birth to a son, and will call him Immanuel.
NRSV: Therefore the Lord himself will give you a sign. Look, the young woman is with child and shall bear a son, and shall name him Immanuel.
현대 영어역본들은 KJV의 "a virgin"을 "The virgin"이나 "the young woman"으로 바꾸었습니다. 우리가 이미 아는 바와 같이 정관사 the 의 용법은 참 다양합니다. ① 앞서 나온 명사를 되풀이할 때 ② 서로 잘 알고 있는 사물을 가리킬 때 ③ 뒤에 수식어가 올 때 ④ 종류 전체를 대표할 때 ⑤ 유일한 것, 천체, 방향, 계절 등 ⑥ 최상급 ⑦ 서수 앞에서 ⑧ 계량 단위를 나타낼 때 등. 그런데 이사야 7:14 말씀의 앞부분에는 한 번도 처녀나 여인을 의미하는 단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정관사 the 를 붙인 것은 여기서의 the 가 앞서 나온 어떤 명사를 한정하여 가리키는 "그, 그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a virgin은 한 처녀를 의미하지만, the virgin은 영원토록 처녀로 있는 존재, 영원한 동정녀를 의미합니다. 즉 이교도들이 숭배하는 동정녀 아스타르테, 세미라미스, 베스타, 다이아나, 키벨레 등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로마카톨릭 역본들에서는 그들이 하늘의 여왕으로 섬기고 있는 마리아에 대한 숭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이런 KJV의 "처녀"(a virgin)를 "영원한 동정녀"(The virgin)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성경 말씀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 역시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었고 구원자를 필요로 하는 존재였음을 보여줍니다.
내 영이 하나님 곧 내 구원자를 기뻐하였나니(눅 1:47)
마리아는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필요로 하는 한 처녀(a virgin)였지, "성모"(the virgin)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그녀는 맏아들인 예수님 이외에도 여러 형제 자매를 낳았기 때문에 영원한 동정녀가 아닙니다(막 6:3).
이 사람은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니냐, 야고보와 요세와 유다와 시몬의 형이 아니냐? 그의 누이들이 우리와 함께 여기 있지 아니하냐? 하고 그분으로 인해 실족하니라(막 6:3).
로마카톨릭에서는 마리아를 신격화시키고자 the virgin 이라고 하지만, 유일한 것을 나타내는 정관사 the 는 그런 유한한 인간에게는 쓸 수 없고, 요한복음 14:6 말씀과 같이 유일한 길, 유일한 진리, 유일한 생명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만 사용됩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내가 곧 길(the way)이요 진리(the truth)요 생명(the life)이니 나를 통하지 않고는 아무도 아버지께 오지 못하느니라(요 1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