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무엇으로 자기 길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에 따라 자기 길을 조심함으로 하리이다.
(시편 119편 9절)
아브라함은 장남이 아니며, 조카 롯과의 나이 차이도 거의 없었다 –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선택의 원리
성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아브라함이 데라의 장남이라는 생각이다. 창세기 11장 26절에서는 “데라는 칠십 년을 살며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았더라”라고 기록되어 있고, 이어지는 27절에서도 세 아들의 이름이 동일한 순서로 반복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브람이 맏아들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성경 전체의 문맥과 연대 기록을 따라가 보면 아브람은 분명히 데라의 장남이 아니다. 1. 아브라함은 데라가 130세 되었을 때 낳은 아들이다 창세기 11장 32절에 따르면, 데라는 205세까지 살았다. 그리고 사도행전 7장 4절은 아브람이 아버지 데라가 죽은 뒤에야 하란을 떠나 가나안으로 옮겨졌다고 말한다. 창세기 12장 4절에서는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 75세였다고 말하므로, 이 세 구절을 종합하면 아브람은 데라가 130세 되었을 때 태어난 것이 확실하다. 즉, 205세(데라 사망 연도) - 75세(아브람 당시 나이) = 130세(데라가 아브람을 낳은 나이)이다. 그렇다면 창세기 11장 26절에서 언급된 “데라는 칠십 세에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았다”는 구절은, 세 아들을 동시에 낳았다는 말이 아니라 70세 이후에 이 세 아들을 차례로 낳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와 유사한 표현 방식은 창세기 5장 32절에서도 볼 수 있다. “노아는 오백 세였으며 노아가 셈과 함과 야벳을 낳았더라.” 그러나 이 세 아들이 모두 오백 세 때 동시에 태어난 것은 아니며, 가장 먼저 태어난 아들이 누구였는지는 그 이후 구절들을 통해 유추해야 한다. 그렇다면 데라가 70세 때 낳은 아들은 누구일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셋째로 언급된 하란이다. 왜냐하면 하란은 성경에서 갈대아 우르에서 자기 아버지 데라보다 먼저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창 11:28), 이미 자녀들(롯, 밀가, 이스가)을 둔 상태였다. 즉, 상당한 연령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반면 아브람은 75세가 될 때까지 자녀가 없었고(창 11:30), 이삭을 100세 때에야 낳았다. 이런 흐름을 보면 하란은 아브람보다 최소 60살 이상 나이가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2. 아브라함과 롯의 나이 차이는 거의 없다 아브람이 태어난 것은 데라의 나이 130세일 때였고, 하란이 데라의 70세 무렵에 태어났다고 본다면, 하란과 아브람은 약 60세의 나이 차이가 난다. 성경은 하란이 이미 성년이 되어 우르에서 죽었으며, 그에게는 세 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아브람의 조카 롯이다. 그렇다면 롯이 태어난 시점은 언제일까? 정확한 연대는 성경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아버지 하란이 약 60세 안팎일 때 롯을 낳았다면, 롯과 아브람은 거의 비슷한 연배일 수밖에 없다. 하란이 아브람보다 60세 이상 연상이고, 하란이 60세 무렵에 롯을 낳았다면, 아브람과 롯은 나이 차이가 많아야 10살 이내, 혹은 동갑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성경에서는 아브람이 롯을 ‘조카’로서 돌보며 동행하고 인도하는 위치에 서 있지만, 단지 ‘연장자’로서가 아니라 영적 권위자요 믿음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이다. 단순히 나이 차이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른 역할 분담이었다. 이것은 가족 내 연장자-연하자의 일반 구조와는 다른, 성경적 지도 체계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3. 밀가와 나홀의 결혼이 가능했던 이유 하란의 딸 밀가가 하란의 동생 나홀과 결혼했다는 기록이 있다(창 11:29). 삼촌과 여조카의 결혼은 오늘날의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당시 족장시대의 문화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더 중요한 점은, 하란과 나홀 사이의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혼이 가능한 구조였다는 것이다. 만약 하란이 장남이고 나홀이 차남이라면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10년 내외일 수 있고, 밀가가 하란의 마지막 자녀라면 나홀과 나이 차이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밀가와 나홀의 혼인은 연대적으로도 무리가 없는 결혼이었고, 아브람과 롯의 나이 차이가 작았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4. 성경은 장남보다 차남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준다 장자(장남)에 대한 기대와 중요성은 구약 시대부터 중대한 문화적 전통이었고, 성경은 장자의 권리와 책임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러나 성경 전체의 흐름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장남이 아니라 둘째 혹은 어린 자를 통해 더 자주, 더 크고 결정적인 일들을 이루셨다. 아담과 예수 그리스도: 첫 사람 아담이 아닌 마지막 아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 구속이 이루어짐 (고전 15:45–47) 가인과 아벨: 장남 가인 대신 둘째 아벨이 하나님께 열납됨 에서와 야곱: 에서가 장자였지만 야곱이 축복과 약속을 받음 므낫세와 에브라임: 요셉의 장남 므낫세보다 차남 에브라임이 앞섬 (창 48:19) 르우벤 대신 유다와 요셉이 족장으로 우선권을 받음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혈통이나 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아브람이 장남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를 부르시고 복의 근원이 되게 하셨다. 이 사실은 사람의 전통과 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이 역사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다. 결론 아브라함은 데라의 장남이 아니며, 오히려 막내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그를 선택하셨고, 복의 근원으로 삼으셨다. 조카 롯과도 나이 차이가 거의 없었던 사실은, 성경의 족보가 단순한 출생 순서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 계획에 따라 배치된 역사적-신학적 질서임을 보여준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 누구의 아들인가, 몇 번째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지금 내가 어떤 믿음의 응답을 하며 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장남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반응하는 자에게 주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