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무엇으로 자기 길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에 따라 자기 길을 조심함으로 하리이다.
(시편 119편 9절)
이사야서 53장 8절의 from 설명
그는 감옥에 가지 못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였으니 누가 그의 세대를 밝히 드러내리오(사53:8)
이사야서 53장 8절은 메시아의 고난을 단순히 억울한 죽음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이 절이 증언하는 핵심은 고난의 강도가 아니라, 그 고난이 어떤 법적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는가에 있다. 이사야는 메시아가 고통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분이 정상적인 구금 절차와 공정한 재판에 이르지 못하도록 차단된 상태에서 제거되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킹제임스 성경은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He was taken from prison and from judgment:” (Isaiah 53:8, KJV)
이 구절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는 from이라는 전치사에 있다. 현대 영어에서 from은 단순히 ‘~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 이 단어는 매우 자주 ‘~하지 못하게 하다’, ‘~에 이르지 못하도록 차단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I kept him from the Bible.”라고 말할 때, 이는 그를 성경에서 물리적으로 떨어뜨려 놓았다는 뜻이 아니라, 성경을 읽지 못하게 막았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I kept him from going.”이라는 표현도, 그가 어디에 갔다가 돌아왔다는 뜻이 아니라, 아예 가지 못하게 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from은 단절이 아니라 차단을 의미한다.
이러한 용법을 고려하면, “taken from prison”은 감옥에 갔다가 풀려났다는 의미일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는 감옥이라는 정상적인 구금 절차에 이르지 못하도록 권리가 제거되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메시아는 합법적 구금이 제공하는 최소한의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taken from judgment” 역시 재판을 마쳤다는 말이 아니다. 이는 공정한 재판에 이르지 못하도록 권리가 박탈되었다는 뜻이다. 재판의 형식은 있었을지 모르나, 재판이 갖추어야 할 공정성과 정당성은 처음부터 차단되었다.
이 두 표현은 병렬 구조를 이루며 하나의 사실을 증언한다. 메시아는 감옥에도 가지 못했고, 공정한 재판도 받지 못했다. 그분에 대한 처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법의 영역에 이르지 못하도록 차단된 채, 법 바깥에서 폭압적으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단순한 절차의 생략이 아니라, 의도적인 법적 배제였다.
이사야 53장 8절의 이러한 의미는 신약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해석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도행전 8장 33절은 이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풀어 준다. 킹제임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한다.
“In his humiliation his judgment was taken away:”(Acts 8:33, KJV)
그는 굴욕을 당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였으니 누가 그의 세대를 밝히 드러내리오?
사도행전은 이사야가 말한 “prison and judgment”를 “humiliation”과 “judgment taken away”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이는 내용의 변경이 아니라 의미의 해설이다. 감옥에 이르지 못한 상태는 곧 굴욕의 상태였고, 공정한 재판으로부터 제거되었다는 말은 곧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재판이라는 외형은 있었으나, 공정함은 처음부터 차단되었다.
따라서 이사야 53장 8절과 사도행전 8장 33절은 정확히 같은 문맥을 말하고 있다. 메시아는 감옥에도 가지 못했고, 공정한 재판도 받지 못했다. 그분은 인간 사회가 만들어 놓은 법의 보호에 이르지 못하도록 차단된 채, 불의와 폭압 속에서 생명이 제거되었다.
이 결정적인 의미는 킹제임스 성경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킹제임스 성경은 “from prison and from judgment”라는 표현을 그대로 보존함으로써, 메시아의 죽음이 단순한 억압의 결과가 아니라, 법 자체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차단된 자리에서 이루어진 처형이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이사야 53장 8절은 이렇게 증언한다. 메시아는 감옥에도 가지 못했고, 공정한 재판도 받지 못했다. 인간의 법은 그를 보호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보호하지 못하도록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자체가 제거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불의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구속은 가장 분명하게 이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