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검색
  • 전체게시글 검색

자유게시판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보라, 형제들이 하나가 되어 동거함이 어찌 그리 좋으며 어찌 그리 기쁜가!
(시편 133편 1절)

  • 가까운 가족을 더 사랑하지 못했네요...조회수 : 9441
    • 작성자 : 양희석
    • 작성일 : 2012년 6월 21일 16시 42분 19초
  • 1979년 어느 봄날 어머님 손잡고, 가슴에는 코수건을 달고 국민학교 입학하던 날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운동회 때에 어머니께서 저를 업으시고 운동장을

    달리시던, 다리에 힘이 있으셨던 건강하신 어머니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지금 제가 벌써 1979년 당시 어머님의 나이를 한 참이나 지나온 나이가 되었네요.

     

    부모님 살아계실 때에 봉양하고, 가족을 돌봐야 하는데....

    어릴적 부모님께서 제게 하셨던 것만큼 저도 하고 살아야 도리인데...

    부모님 죄송합니다.

     

    아래의 가져온 글은 지인으로부터 받은 메일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읽으면서 아내와 어머니가 생각나 많이 울었습니다.

     

    특히 아내에게는 성경교리를 가르치고, 한가지 길만을 고집하는 저의 모습에 많이

    미안하였습니다.  앞으로는 온화함과 사랑으로 대하여야겠다고 반성합니다.

     

    킵바이블 지체들께서도 아래 글을 읽으시고, 인간의 나약함과 하나님의 주권, 생명주신

    예수님을 더욱 생각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소개합니다.   

     

    여보 사랑해.... 미안해.....♥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 출장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빔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에 올려 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올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서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몇 번을 버티다 마침내 베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 했는데...”

    “어,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 봐.”

    여러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 투성이였다.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는 미련하냐가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뿐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으 보이며 검사 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 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된다고 했더니 “30년 동안 그 만큼 이기적으로 부려 먹었으면 됐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 집 가, 난 우리 집 갈테니까.”

    큰 소리 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 정신이야?”

    “......”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없을거야. 나 명절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 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 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수가 없다고, 3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문을 열었을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 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와 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 온 말들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나는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여보, 집에 내려 가기 전에...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펴 있는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 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 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 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 것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고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올해 적금타면 울 엄마 한 이백만원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를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 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내어 엉, 엉...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 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걸 좋아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로포즈하면서 했던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 적 한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빡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것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텐데...여보, 안 일어나면 안간다. 여보? 여보?”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텔레그램으로 보내기
    • 밴드 보내기
    • 블로그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