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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형제들이 하나가 되어 동거함이 어찌 그리 좋으며 어찌 그리 기쁜가!
(시편 133편 1절)

  • 창조에 도전하는 사람들..조회수 : 10407
    • 작성자 : 신진성
    • 작성일 : 2013년 4월 25일 10시 50분 42초
  • 이같이 하나님께서 그 남자를 쫓아내시고 에덴의 동산 동쪽에 그룹들과 사방으로 도는 불타는 칼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창세기 3:24)

     

     

    인간은 누구나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수정란에서 기원한다. 성숙한 난자와 성숙한 정자가 만나 정자가 난자 안으로 파고 든 뒤, 둘이 가지고 있던 반쪽의 유전물질을 하나로 합치면 비로소 생명이 시작된다. 이 과정은 마치 마술과 같다. 인간이란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해서 본인 스스로조차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확신할 수 없는데, 그런 복잡한 존재가 눈에도 잘 뵈지 않는 작은 세포 하나에서 시작했다니.

     

     

    생식세포를 둘러싼 비밀이 벗겨지고 있다 

    더군다나 인간에게 있어 이 과정은 오랫동안 더없이 신비로운 과정이었다. 포유동물에 속하는 인간의 특성상 수정과 임신의 전 과정이 여성의 몸 속에서 일어날 뿐 아니라, 인간에게만 있는 ‘배란 은폐(concealed ovulation)’ 현상으로 인해 여성 본인조차도 언제 배란이 되는지 임신을 하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일이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이 자신들의 기원이 수정란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인류가 번식을 해온 역사에 비하면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이후 연구들을 통해 두 생식세포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던 베일들을 하나하나 걷어내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만나서, 어떻게 착상되어 어떤 과정을 통해 자라나는지 등등을 말이다.

     

     

    현대 의학에 의한 ‘위대한 탄생’, 시험관 아기

    이런 연구들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자연적으로는 도저히 태어날 수 없었던 아기들을 현대 의학의 힘을 빌어 태어나게 하는 ‘위대한 탄생’을 가능케도 했다. 1978년 7월, 영국에서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이 태어난 이래, 시험관 아기 탄생율은 급속도로 성장해 2000년에는 100만 명, 2010년에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400만의 새로운 생명을 탄생하는데 공헌한 로버트 에드워즈(Robert Edwards, 1925~)는 2010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수정 후 9주의 태아. <출처: (cc) Ed Uthman, MD>

    수정 후 9주의 태아. <출처: (cc) Ed Uthman, MD>

    난자 내로 정자를 주입하는 ‘세포질 내 정자주입술’ 장면. 시험관 아기 시술법 중 하나.

    난자 내로 정자를 주입하는 ‘세포질 내 정자주입술’ 장면. 시험관 아기 시술법 중 하나.

     
     

    이처럼 생식의학과 불임치료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에, 어지간한 생식기 이상이나 호르몬 문제는 임신에 있어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라 ‘조금 어렵지만 가능한’ 일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서도 여전히 ‘불가능’으로 남아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난자와 정자, 생식세포 자체가 없는 경우다. 지금까지는 정자를 전혀 생성할 수 없는 무정자증의 남성, 조기 폐경을 겪어 난자를 만들어낼 수 없는 여성의 경우에는 현대의학도 아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남은 불가능의 영역 - 무정자증, 조기 폐경

    그렇다고 이 분야가 완전히 ‘빨간불’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들은 이 분야가 앞으로 ‘파란불’로 바뀔 가능성이 다분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9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레니 레이조 페라(Renee Reijo Pera, 연구실) 교수 연구팀은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원시 상태의 생식세포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생식세포는 그가 생식에 참여할 나이가 되기 훨씬 이전인 배아 단계에서부터 이루어진다. 레이조 페라 박사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모두 동일한 조건이었던 배아의 세포들 중 일부를 생식세포로 전환시킬 수 있는 유전자들을 찾아냈고, 이를 조절하여 인위적으로 배아줄기세포에서 원시 생식세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비록 레이조 페라 박사가 만들어낸 생식세포는 성숙한 생식세포가 아니라 원시 생식세포여서 수정란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원시 생식세포를 성숙시키는데 필요한 유전자와 환경 조건이 발견된다면 얼마든지 인위적으로 생식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레이조 페라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는 발생 중인 배아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했지만, 성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를 통해서도 같은 실험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생식세포를 생성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자손을 보게 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이전에 영국 뉴캐슬대의 카림 나예르니아 교수팀이 골수에서 얻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정조세포를 분화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니, 그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그리고 2011년 3월, 이번에는 일본의 한 과학자가 이 ‘가능성’이 꿈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공으로 동물의 정자를 만드는데 성공 
    2011년 3월 일본의 오가와 박사가 인공으로 생쥐의 정자를 만들었다. <출처: NGD>

    2011년 3월 일본의 오가와 박사가 인공으로 생쥐의 정자를 만들었다. <출처: NGD>


    일본 요코하마 대학의 오가와 타케히코(Ogawa Takehiko) 박사가 실험용 생쥐를 이용해 수정이 가능한 성숙한 정자를 시험관에서 발생시키는데 성공했으며, 이를 이용해 실제 새끼를 낳을 수 있음을 증명한 논문을 역시 ‘네이쳐’지에 발표한 것이다.

     

    오가와 박사팀은 생쥐의 고환 조직을 추출한 뒤, 이를 KSR 배양액(Knockout serem replacement, 혈청을 뺀 배양액이란 의미로, 보통의 세포 배양에는 혈청이 첨가되지만 배아줄기세포 배양시에는 종종 혈청이 없는 배양액이 사용되기도 한다)을 이용해 키우면, 고환 속에 존재하던 미성숙한 정자가 우리에게 익숙한 꼬리를 지닌 성숙한 정자로 만들어짐을 관찰하였다. 오가와 박사는 4마리의 수컷 생쥐의 고환에서 추출한 미성숙한 정자를 이런 방식을 통해 성숙한 정자로 분화시켰고, 이렇게 만들어진 정자는 난자를 만나자 스스로의 힘으로 수정란을 만드는데 성공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을 암컷에게 이식해 12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렇게 출산한 12마리의 새끼들은 정상과 다름없이 건강했으며 생식력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인간은 생쥐가 아니다. 따라서 생쥐에게 성공했던 방식이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성공하리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레이조 페라 박사와 오가와 박사의 연구는 그간 생식세포 자체를 만들지 못해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사람들 역시 아이를 얻을 수 있는 날이 그리 멀리 않았으리라 예측하게 만든다.  

     
     
    사람의 정자와 난자를 만들 날도 얼마 남지 않아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아이를 얻을 수 없는 이들에게 그들의 유전자가 담긴 아이를 안겨주는 기술의 개발은, 축복에 가까운 기술이다. 개인적인 경험상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아이가 찾아와 주지 않을 때의 심정은 차라리 절망감에 가까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시험관 방식과는 달리, 원시생식세포 혹은 피부세포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정자와 난자를 분화시키는 것은 기술의 실용화 이전에 다양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 방식이 상용화된다면, 불임부부 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생식세포를 만들어낼 수 없는 고령자도 임신이 가능하며 줄기세포를 이용하게 되면 여성의 세포로부터 정자를, 남성의 세포로부터 난자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해 질 수 있다. 현대 기술이 좀더 복잡한 난자보다는 그보다 단순한 정자를 만들어내는 데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다는 점에 있어서, 남성에게서 만들어지는 난자보다는 여성에게서 만들어지는 정자의 가능성은 더 높아 보인다.


    향후 인공 정자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론적으로는 ‘홀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해진다.

    향후 인공 정자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론적으로는 ‘홀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해진다.

     
     
    기술 이전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해야

    이렇게 된다면 여성이 자신의 난자와 자신의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정자를 이용해 스스로의 몸에 이식해 처녀생식과 동시에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남자의 경우에는 자궁이 없어서 스스로 아이를 낳을 수는 없겠지만, 같은 방식으로 수정란을 만들고 대리모 여성에게 착상시켜 자신과 동일한 유전적 정보를 가진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빠르면 5년 내에 수정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 정자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도 보고 있다. 예측이 맞을지는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조금 늦든 빠르든 이는 이미 ‘가능성’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현대 과학기술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아차 하는 사이 새로운 결과가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들어오는 경험은 우린 이미 충분히 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뻔히 예측되는 미래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이다.

     
     
     
    이은희 / 과학저술가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등 많은 과학 도서를 저술하였고, 2003년에 과학 기술도서상을 수상하였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 협동 과정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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