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더하거나 거기에서 빼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나님의 명령들을 지키라.
(신명기 4장 2절)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을 출간하면서 독자들에게 드리는 글 온 인류의 생사화복(生死禍福)과 온 우주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계시(啓示)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그분과 그분의 계획에 대해 알 수 없습니다. 계시란 하나님께서 자신의 진리를 사람에게 전달하시는 것을 뜻하며 보통 일반 계시와 특별 계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일반 계시는 모든 사람을 향한 것으로 사람의 양심이나 해, 달, 별 등과 같은 자연 만물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시19:1-6, 롬1:18-32). 사람이 이런 계시를 통해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있음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런 계시는 결코 사람을 구원시키는 능력이 없습니다. 특별 계시에도 하나님의 말씀, 기적, 우림과 둠밈, 천사, 예수 그리스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객관적인 형태로 하나님을 계시해 주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뿐이며 그 외의 것은 (심지어 예수 그리스도도)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이 하나님과 그분의 크고 온전하신 뜻을 이해하고 죽은 몸을 살리는 구원의 능력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님의 말씀이 있어야만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하나님의 말씀 즉 성경이 우리에게 전달되어 온 과정에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먼저 하나님께서는 주전(主前) 1500년부터 주후(主後) 100년에 이르기까지 약 1,600 년이라는 기간을 통해 40여 명의 거룩한 사람들을 예비하셨습니다. 여기에는 왕, 정치가, 제사장, 세리, 어부, 의사, 목자, 사도 등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결코 완전한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하나님의 손 밑에서 완전한 성경을 기록하였는데 우리는 이를 ‘예비’(豫備)의 단계라 부릅니다. 이처럼 사람들을 예비하신 뒤에 하나님께서는 적당한 시기에 ‘영감’(靈感)이라는 단계를 통해 이들을 사용하셔서 자신의 말씀을 계시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성경은 분명하게 “모든 성경 기록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주신 것으로 교리와 책망과 바로잡음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다”(딤후3:16)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 나오는 영감이란 단어는 ‘숨을 불어넣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대해 성경은 “대언은 옛적에 사람의 뜻으로 말미암아 나오지 아니하였고 오직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들은 성령님께서 움직이시는 대로 말하였다”(벧후1:21)고 확실하게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께서 한 글자 한 글자 숨을 불어넣어 주신 것이며 우리는 이를 ‘총체적 축자 영감’(verbal plenary inspiration)이라 부릅니다. 이렇게 해서 소위 자필 원본(自筆 原本)이라고 하는 최초의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으로 주어졌습니다. 그 후에 하나님께서는 경건한 사람들을 사용하셔서 ‘보존’(保存)이라는 단계를 통해 자신의 말씀을 순수하게 간직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글자마다 친히 숨을 불어넣어 완전하게 만드신 뒤에 그 말씀을 전체적으로 완전하게 보존하시지 않는다면 영감의 단계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따라서 ‘완전한 보존’이 없는 ‘완전한 영감’이란 의미가 없으며 하나님의 속성 역시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영감을 ‘일차적인 기적’이라고 한다면 보존은 ‘이차적인 섭리’라 할 수 있습니다. 말씀의 보존에 대하여 성경은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토록 서리라”(사40:8)고 확증해 주고 있으며 예수님께서도 “하늘과 땅은 없어지겠으나 내 말들은 없어지지 아니하리라”(마24:35)고 말씀하심으로써 말씀의 보존을 확증해 주셨습니다. 구약 시대에는 하나님께서 유대인들을 사용하셔서 대부분의 구약성경을 히브리어로 기록하고 보존하게 하셨으며, 신약 시대에는 그리스도인들을 사용하셔서 신약성경 전체를 그 당시 온 세상의 공통어이던 그리스어로 기록하고 보존하게 하셨습니다. 물론 보존의 단계에서도 하나님께서는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들을 사용하셔서 완전한 일을 행하셨는데 이 단계를 통해 21세기에 사는 우리에게까지 성경이 전달되어 왔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에게 전달되어 오는 경로에서 그 다음 단계는 ‘번역’(飜譯)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후 100년 이후에 복음이 온 세상에 퍼지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각 나라의 말로 번역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그 결과 수많은 역본(譯本)이 출현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의 영감과 보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번역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 히브리어나 그리스어로 기록된 자필 원본이 이 넓은 세상 곳곳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원시키지 않고 거기에서 각 나라의 말로 번역된 성경이 개개인을 구원시킵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우리 이방인들에게는 번역의 단계 역시 영감이나 보존의 단계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성경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번역을 위한 대본(臺本)입니다. 자필 원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을 필사(筆寫)한 사본(寫本)들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신구약성경 전체를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존하는 사본들을 정리하여 번역을 위한 대본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렇게 정리된 대본을 본문(本文)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볼 때 번역을 위한 본문이 한 종류가 아니고 두 종류라는 점입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든지 그것을 찍어 내는 틀이 어떠하냐에 따라 생산되는 제품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경 역본 역시 본문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 내용이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구약성경의 경우 유대인들이 순수하게 보존한 「전통 마소라 본문」(Ben Chayyim Masoretic Text)이 번역의 대본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맡았다는 특권 의식을 가진 그들이 정성과 심혈을 기울여 보존했기 때문에 20세기 초까지 이 마소라 본문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었습니다. 「킹제임스 흠정역(欽定譯) 성경」(King James Version, KJV)의 구약은 바로 이 본문에서 번역한 것입니다. 그러나 루돌프 키텔(Rudolph Kittel)은 「전통 마소라 본문」을 수정하여 「비블리아 헤브라이카」(Biblia Hebraica)를 편찬했으며 이 본문은 후에 2, 3판을 거쳐 1967/1977년판 「슈트트가르트 비블리아 헤브라이카」(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 BHS)로 개정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변화는 구약성경 전체를 놓고 볼 때 약 20,000 군데가 수정된 것을 뜻하며 또한 「신국제역본」(New International Version, NIV)과 「신미국표준역본」(New American Standard Version, NASB) 등 모든 현대 역본이 「BHS」를 근거로 구약을 번역했기 때문에 이러한 개정 내용이 그대로 그 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마소라 본문이라고 해서 다 같지 않으며 따라서 어느 마소라 본문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구약성경의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신약성경의 경우 「흠정역 성경」의 근간이 된 본문은 그리스어 「공인 본문」(Textus Receptus)인데 이 본문의 특징은 신약 교회가 거의 1,900 년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것이며 그 내용이 전혀 변화가 없이 한결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본문은 다수 사본에 근거했기에 「다수 본문」이라고도 하며, 가장 널리 사용되었기에 「보편적 본문」이라고도 하고, 로마 카톨릭 교회의 「서방 본문」과 대비되어 「비잔틴 (혹은 동방) 본문」이라고 하며, 루터와 칼빈 등 종교 개혁자들이 한결같이 이 본문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종교개혁 본문」이라고도 합니다. 프로테스탄트들과 침례교인들이 한결같이 「공인 본문」만을 사용해 온 것과는 달리 로마 카톨릭 교회는 처음부터 「소수 본문」만을 고집해 오고 있습니다. 「소수 본문」이란 말이 의미하듯이 이 본문을 지지하는 사본은 몇 개 되지 않으며 그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처녀 탄생, 신성, 대속, 삼위일체 및 기타 여러 가지 중요한 성경 교리에 대한 잘못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사본들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로마 교황청 도서관에 보존되어 온 「바티칸 사본」과 시내산 수도원에서 발견된 「시내 사본」이 있으며 바로 이 두 사본에 근거해서 1881년에 영국의 웨스트코트와 호르트는 「공인 본문」을 무려 5,604 군데나 수정하여 소위 「수정 본문」이라는 개악된 본문을 만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공인 본문」에서 삭제하거나 추가하거나 변개시킨 단어는 무려 9,970 개나 되며 이것은 신약성경 본문에 나오는 140,521 개 단어의 7%나 되는 것입니다. 웨스트코트와 호르트 이후에 1898년에는 네슬레가 티센도르프의 제8판과 위마우스의 제3판과 함께 신약성경 본문을 편집하여 네슬레의 「그리스어 신약성경」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바로 이 그리스어 성경이 현재 출간되고 있는 모든 현대 역본의 대본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흠정역 성경」의 내용과 다른 모든 현대 역본의 내용은 그 본문이 다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새로운 역본으로 인한 새로운 기독교와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수백 가지 역본이 출현하면서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고르듯 자기 뜻에 맞는 역본을 선정하고 있으며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를 비치하고 자기 스스로 하나님이 되어 이 구절은 이 역본이 좋고 저 구절은 저 역본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판단하는 자가 되었습니다. 「흠정역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해야 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자신의 말씀의 보존과 전파를 위해 공통 언어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속성과 이로 인한 현시대의 특성을 들 수 있습니다.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영국군에 의해 무참히 패배를 당한 후 보잘것없던 섬나라 영국은 온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영국과 미국이라는 두 국가를 통해 두 가지 일 즉 자신의 선민인 유대 민족을 보호하는 일과 자신의 말씀을 온 세상에 전파하는 일을 수행하게 하시기로 작정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영국을 통해 구약과 신약이 하나로 합쳐진 성경전서가 나오게 되었고, 중세 로마 카톨릭 교회 지배하의 암흑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을 구원하는 복음의 빛이 나오게 되었으며, 산업 혁명 등을 통해 인류의 복지 증진도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영어 중심의 세계 판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어 이제는 영어 자체가 전 세계의 공통어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런 일은 결코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며 하나님의 심오한 계획 속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긍휼이 풍성한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를 원하시므로 지난 400 년간 영어를 사용하셔서 전 세계에 말씀을 전파해 오셨으며 지금도 번역본을 사용해서 자신의 뜻을 성취하고 계시되 특별히 전 세계의 공통어가 된 영어로 기록된 「흠정역 성경」을 표준 척도로 사용하고 계십니다. 1611년 「흠정역 성경」이 나오기 이전이나 그 이후에도 영어 성경이 여럿 있었지만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읽혀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하나님께서 권위를 부여해주신 성경이라는 호칭 즉 「권위역본」(Authorized Version, AV)이라는 호칭을 부여받은 흠정역 성경만이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흠정역 성경」은 전 세계 수많은 민족이 사용하는 수백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18, 19세기 미국 및 영국의 부흥과 전 세계 복음 전파에 독점적으로 사용되어 수많은 영혼을 구원시켰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성경’(The Holy Bible)하면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습니다. 「흠정역 성경」의 우수함에 대해 「톰슨대역 한영성경」 편찬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평을 했습니다. 성경의 내용 번역은 물론 신학 용어 번역에 있어 만인이 수긍할 수 있는 기본 역본이 없다면 상당한 혼돈과 분파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킹제임스 역본'이라는 걸출한 역본이 있어서 1611년 이래 수백 년 동안 성경 역본과 신학의 기본 용어를 제공하는, 만인이 수긍하고 공인하는 기본 자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는바 이 점에 있어서 '킹제임스 역본'의 공헌은 잊히지 아니할 것이다. 상술하면 '킹제임스 역본'은 영어는 물론 세계 각 나라 언어로 성경이 번역될 때 참고가 되는 제1의 통일자료로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어의 세계적 발흥과 아울러 '킹제임스 역본'의 내적 우수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이다(톰슨대역 한영성경, 기독지혜사, 부록 1, pp.4, 1989). 성도라면 누구나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고 죄인들을 위해 자신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주셨고 누구든지 그분을 믿기만 하면 행위와 무관하게 영원한 생명을 얻으며 천국에서 살게 된다고 믿을 터인데 사실 이 같은 믿음의 근거는 단 하나 즉 ‘기록된 성경 말씀’뿐입니다. 이 ‘기록된 말씀’ 곧 성경이야말로 우리의 육적, 영적 모든 활동의 표준이 되는 척도이며 따라서 이런 표준 척도는 시대에 따라, 사람의 눈이 밝아짐에 따라 결코 변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현재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참 성경이 지금 우리에게 있는가?”라는 논쟁이 크리스천들 간에 뜨겁게 진행되고 있으며 100 종이 넘는 책들이 소위 ‘성경’이란 이름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또한 1993년 말에 미국성서공회는 「새 시대를 위한 좋은 소식」(Good News For A New Age)이라는 뉴에이지 성경도 버젓이 출판했습니다. 이처럼 상대적 윤리가 득세하는 세상 속에서 지난 400여 년 동안 단 한 번의 개정 없이 성도들의 표준 척도가 되어 온 「흠정역 성경」을 번역해야 하는 당위성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본 성경의 번역에는 총 8년이 소요되었으며 목사, 변호사, 의사, 엔지니어, 과학자, 신학자, 사업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번역과 교정 작업에 참여하고 아낌없이 형제의 사랑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조언을 주었습니다. 이런 성도들의 노고가 없었으면 본 성경의 출간이 불가능했을 것이며 이에 대해 영광의 주님께서 하늘의 보상으로 충만히 갚아 주실 것을 확신합니다. 또한 성경의 출간을 위해 재정적으로 도와주신 많은 형제자매들에게도 주님께서 동일한 은혜로 채워 주실 것을 확신합니다. 부디 이 성경을 통해 우리 민족 가운데 아직도 복음을 접하지 못한 많은 이들이 구원을 받게 되고 특히 반세기 이상 복음이 가려진 북녘 땅에도 복음의 불길이 타오르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아울러 이미 믿은 많은 성도들이 하나님의 섭리로 보존된 말씀에 대한 확신을 갖고 더욱 더 담대하게 이 세상을 이기며 죽어 가는 자들을 영생의 길로 인도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긴 작업 과정 속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풍성히 허락하신 모든 긍휼의 아버지와 친히 십자가의 모진 고초를 당하시고 피를 흘려 영생을 허락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리고 영원히 신자들 안에 거하시면서 지혜와 판단으로 모든 일을 형통하게 인도해 주시는 성령님, 이 삼위일체 하나님께 영광과 존귀가 영원무궁토록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