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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더하거나 거기에서 빼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나님의 명령들을 지키라.
(신명기 4장 2절)

  • 영어와 관련된 복잡한 생각들조회수 : 15548
    • 작성자 : 김용묵
    • 작성일 : 2010년 6월 21일 15시 50분 4초
  • 1. 뒤죽박죽 낚시 단어
     
    - infinite
    수학에서 유한, 무한 같은 건 서로 중요하게 구분되는 개념이다.
    본인의 대학 시절엔 infinite를 일일이 '인 파이나이트'라고 읽으시던 이산수학 교수님 강의를 재미있게 들은 기억이 있다. 일본식 발음 같은 느낌이 들었다. energy -> 에네르기, berserk ->  베르세르크처럼. ^^;;;
    finite(유한한)는 '파이나이트'이다. 하지만 반의어인 infinite(무한한)는 '인피니트'이다. 접두사 in-의 영향을 받아 장모음 i(아이)가 단모음 i(이)로 축약되기 때문이다.
     
    - anxiety
    마치 Y가 반자음도 되고 일반 모음도 되는 것처럼, 영어 알파벳에서 X는 카멜레온 같은 면모가 있는 글자이다.
    대부분, 특히 음절의 끝에서는 box처럼 [ks](크쓰)로 소리나는 반면
    아주 제한적으로 [z]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xylophone 처럼 이런 예는 굉장히 드물다.
     
    그래서 아주 웃긴 단어가 있다. anxious(불안해하는)는 '앵크셔스'[ks]이다. 그러나 명사형인 anxiety는 '앵자이어티'[z]가 된다!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에, 영어 시간에 실수를 한번 저질러서 "환상의 본토 발음 앵크셔티"가 별명이 되어 버린 친구가 있었다.
     
    - sword
    옛날에 영화 제목으로 '스워드'가 당당하게 진열된 적이 있었다.
    비슷한 철자인 sworm은 '스웜'이다. 그러나 sword는 '스워드'가 전혀 아니며, '소오드'에 가깝다. W는 전혀 발음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하고 sord를 읽듯이 읽어야 한다.
     
    그러나 어찌하리, 한글로 표기하면 '소드'보다 '스워드'가 훨씬 더 간지(?)가 나 보이는 것을!
    게다가 우리는 영어 발음을 한글로 적을 때 장모음 내지 모음 R(혀 굴리는) 표기도 귀찮아서 다 생략하고 지내기 때문에, '소드'라고만 적으면 꼭 sod 같은 단모음 단어처럼 뉘앙스가 아주 가벼워 보이게 된다.
     
    이 외에, 같은 단어가 명사일 때와 동사일 때 발음과 심지어 강세 위치가 싹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 present 프"레"즌트, 프리"젠"
    - object "아"브직트, 오브"젝"
     
    이건 마치 한국어에서 이런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type
    - 타입: 유형, 스타일
    - 타이프: 인쇄 활자 관련 (타이프라이터)
     
    dot
    - 도트: 말 그대로 점 내지 픽셀. (도트 프린터, 도트 노가다)
    - 닷: 인터넷 관련-_-;; (닷넷, 닷컴기업)
     
    그러고 보니..
    do, come, go, have
    영어의 근간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필수 기초 동사들이... 3인칭 단수 변형이나 과거/과거분사가 다 제각기 굉장히 불규칙스럽다는 것도 꽤 흥미로운 사실이다.
     
    do는 O 주제에 O 소리가 전혀 나지 않고, does, done 같은 변형에서만 O 소리가 실현된다. do에서 유래된 유닉스 명령어인 sudo는 영락없이 '수도'처럼 보인다.
    have는 '헤이브'가 아니며, come도 철자로부터 느껴지는 뉘앙스와는 전혀 다른 단모음 소리 때문에, 본인은 어렸을 때 현재진행형을 comming으로 자주 잘못 적기도 했다. 현재형과 과거분사가 일치하는 A-B-A형 불규칙.
     
    현대 영어의 3인칭 단수형인 comes는 '컴즈'이고 음절이 추가되지 않는 반면, 킹 제임스 성경의 3인칭 단수형인 cometh는 '커메쓰'라고 음절이 추가되어 발음된다.
    do는 더욱 흥미로워서 킹 제임스 성경에는 doth와 doeth가 모두 존재한다. 전자의 발음은 '더쓰'이지만, 후자는 모음이 추가되어 '두이쓰'가 된다. 즉, 현대 영어의 does의 '더즈'와 더 비슷하게 발음되는 단어는 doeth가 아닌 doth인 것이다.
     
    2. 영어의 음운 구조
     
    영어는 한국어와 비교했을 때 어순도 다르고 언어 구조도 다르고 복수나 성별 구분이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언어이지만... 단어의 기복이 정말 들쭉날쭉하고 억양이 들쭉날쭉하고 단어도 어디에든지 강세가 없으면 안 된다는 점에서 한국어와 본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 사람이 미국에 가서 "기부 미 썸 밀크"라고 한국식으로 그대로 읽으면 어떻게 될까?
    모든 '기'부터 '크'까지 아무 톤의 변화가 없이 동일한 가중치로 발음하면.. 미국 사람들은 콩글리시 수준을 넘어서 말을 못 알아듣는다. "밀쿠 뭥미?" 하면서 어리둥절해한다.
     
    차라리 혀는 안 굴려도 된다. 모음 R 따위는 그냥 장모음으로 대체하면 되고 차라리 그게 미국식 영어보다 국제적으로 더 널리 통용되는 영국식 영어 스타일이다.
    그러나 give와 milk를 세게 발음하고. 특히 milk는 '미을크'에 가깝고 크는 거의 들릴락말락 약하게..
    그런 기복은 꼭 가미해 줘야 한다. 그건 영어에서 필수적인 음운 변별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것만 잘 해도 어딜 가서 영어 기본은 갖췄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 사람이 태생적으로 영어 잘 못 한다는 건 미국 사람들도 다 알고 있고, 우리에게서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기본만 지키면 된다.
     
    이번에는 미국 사람이 어눌하게 "오우 한쿡말 어려워요우." 이러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보자.
    얘네들은 우리와는 반대로 영어식 강세와 억양에 완전히 뼛속까지 세뇌되어 있는 종족이다.
    한국어 음절에다가도 어떻게든 기복을 만들어야 하고, 단어의 어느 음절과 문장의 어느 단어에 강세를 줘야 하는지 그것부터 계산하는 게 미국인이다. 그런데 처음 보는 언어에서 그런 게 될 리가 없으니 한국어가 어려운 것이다. 높임법처럼 진짜로 어려운 개념을 미처 배우기도 전부터 말이다.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서로 상대방이 당연하게 여기는 개념을 절대로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차이를 아는 게 상대편 외국어 공부의 첫걸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3. 영어의 변천사
     
    영어는 국제어로서 손색이 없는 풍부한 어휘, 그리고 매우 작은 문자 집합(A~Z까지 겨우 26자), 비교적 간결한 언어 체계에 힘입어 정서법이 잘 정착했으며, 나중엔 하나님께서 자신의 말씀을 보존하신 절대 기준 언어가 되었다. 듣보잡 야만인 바이킹 집단이던 섬나라 영국이 교황권을 벗어나 전세계를 호령하게 되고, 그들의 언어가 훗날 저렇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을 못 했을 것이다. 영어의 지위는, 20세기가 다 돼서야 주시경 같은 학자에 의해서 맞춤법이 정립되고 국어사전이란 게 최초로 출간된 지 한 세기도 안 된 한국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는 언문일치에 관한 한은 답이 없는 언어이다. 알파벳이 나름 소리글자라지만 모음이 너무 부족하고, 또 알파벳만 쓸 뿐 표기가 제각각인 언어로부터 어휘가 워낙 많이 유입되다 보니, 철자하고 발음과의 일치는 애시당초 글러먹고 언문일치는 안드로메다로 갔다. 그렇게 언문 불일치로 인한 연상 거부가 너무 심해서 난독증이라는 일종의 지적 장애 환자까지 있다고 들었다. (독해력이 딸리는 인터넷 전투종족인 게시판 트롤의 난독증과는 다른 개념 ^^;;)
     
    마치 우리말이 임진왜란을 전후해서 많은 변화를 겪었듯이, 영어는 중세에 Great Vowel Shift라고 일컫는 큰 변화를 겪어서 이때 언문일치가 문란해지고 음운 체계도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name이 영어도 원래는 독일어처럼 '나메'이던 게 지금처럼 생뚱맞은 '네임'이 된 게 그 시기라고 하며, 이게 공교롭게도 임진왜란 내지 우리의 킹 제임스 성경이 출간된 시기를 끼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KJV는 영어가 격변을 겪고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굳어지고 정착하기 직전에, 참으로 시기적절한 때에 탄생한 것 같다. 성경 해석, 신학, 교회사쪽뿐만 아니라 가끔은 영어 자체의 변천사에 대해서도 궁금해질 때가 있다. 게일 리플링거 같은 분이 이 분야의 '도사'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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