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경 기록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주신 것으로 교리와 책망과 바로잡음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디모데후서 3장 16절)
0. 들어가는 말
벌써 10대와 20대 나이를 넘기고 30대에 진입한 이 시점에서, 난 오랜 시간 동안 내 자신의 적성과 정체성, 진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
난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라서 이리 떠돌고 저리 헤매는 타입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그것의 반대편 극단에 가 있다.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분명히 있고 인생의 목표도 너무 명확하고 분명하게 갖추고 있다. 이보다 더 명확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 말고 딴 데로는 머리가 도무지 열리질 않는다.
그 성향이 너무 심하고, 그게 사회에서 아직 보편적으로 이해를 못 하는 것들이라는 것만이 문제이다. 난 아무래도 평범하게 남들처럼 취직하고 결혼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겠다는 결론을 내리곤 했다.
1. 어린 시절
나는 장난이 아니고 진짜로, 태어나서 또래 친구하고 어울려 놀아 본 적이 없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른 어린애들의 심리를 모른다. 난 8살 이전까지는 책에만 파묻혀 지냈고, 9살과 그 이후부터는 컴퓨터에만 빠져 지냈다. 그러면서 거의 자폐아처럼 혼자 뭔가에 심취해서 공상을 즐겼다.
태생적으로 남하고 교류를 안 하고 지냈고, TV나 영화, 드라마, 스포츠, 아이돌 문화 같은 것과는 문자 그대로 담을 쌓았다. 일부러 거부한 건 아니지만, 저런 데에 사람들이 도대체 왜 열광하는지를 이해를 못 했다.
그래서 난 지금까지도 화성인 바이러스 급의 사고방식으로 인해 인간관계 쪽의 역량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어지간한 사람들하고는 공통 관심사가 없고 같이 뭔가를 즐기지를 못한다. 맨날 나 혼자 딴생각만 한다. 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남의 말에서 행간을 읽는다거나 이 분위기에서 할 말과 안 할 말을 가리는 알고리즘이 내 머릿속엔 한동안 전혀 존재하지 않았었다. 지금은 문제의식을 느껴서 노력한 끝에 옛날보다는 그나마 굉장히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험 데이터가 부족한 관계로 착오를 겪는다.
난 오로지 내가 동기 부여를 받은 분야만 미치도록 몰입하지, 나머지 다른 건 거의 목에 칼이 들어와도 죽어도 안 받아들이는 수준으로 고집이 강했다.
고등학교 때 뭔가 깨달은 게 있어서 가히 신들린 듯이 C/C++과 MFC, 윈도우 API 공부를 했다. 어릴 때부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직감하였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고 그 능력을 확장(amplify)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컴퓨터로 머릿속의 세계를 창조해 내는 작업과 관계가 있지 않은 일체의 학교 공부는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었다. 그냥 면역 거부 반응이 오듯이 튕겼다. 난 그때 공부를 위한 동기 부여 발동과 초기화 작업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머리가 좋은 영재, 수재, 천재는 수학을 잘하고 복잡한 퍼즐을 푸는 걸 즐긴다지만, 불행히도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가령, 수학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런 거 쓸데없이 왜 해야 하냐?
이 개념을 옛날 사람들은 왜 이렇게 표기했을까? 동양에서 수학이 발달했다면 이걸 어떻게 표기했을까? 이걸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건 내가 당장 하고 싶은 일하고는 큰 관계는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식의 자기중심적인 주변 잡기에만 먼저 관심이 갔지, 근본적인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를 내 스스로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공부 자체는 싫지 않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대로 주입식으로 하기는 죽어도 싫었다.
그러니 내신은 당연히 개판이었다. 단체 생활, 공부와 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남들을 보면서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난 정말 구제불능 바보인가” 하는 생각까지 많이 했었다.
그나마 영어가 별로 공부를 할 필요가 없는 상태인 건 천만다행이었고 학업 부담을 크게 덜어 줬다. 그리고 나중에 수학만 고3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집중적인 보강을 한 덕분에 2년이 넘게 손놓고 있던 걸 그럭저럭 따라잡았다.
2. 정보 올림피아드 입상
물론, 내가 관심이 쏠려 있던 프로그래밍 공부라는 게 기능만 익히는 게 전부였다면, 난 그저 노가다 프로그래밍 코더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까도 언급했듯이 본인은 이걸 공부해서 창조하고 싶었던 나만의 세계가 따로 있었고, 그게 내 인생을 펴 줬다.
난 정보 올림피아드 공모 부문에서는 가히 살아 있는 전설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은상을 받고, 2학년 때는 세계급 과학 전람회인 ISEF에 최초로 참가하고, 그러고도 3학년 때는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또 만들어서 다시 전국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옛날에 나의 ISEF 출전 소식을 당시 활동 중이던 PC 통신 모 동호회에 최초로 전해 주신 분이 바로 김문수 형제님이다. 정올 역사상 이런 사기에 가까운 극단적인 기록은 앞으로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금상/대상을 받아 버리면 상급 학교로 진학하기 전까지는 대회에 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에(따라서 고등부는 그걸로 은퇴), 은상+국제 대회+대상은 진짜 이론적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뽕을 순서대로 다 뽑은 것이다. 더구나 그 입상작을 추후에도 10년이 넘게 유지· 보수하고 개선한 사례도 역사상 전무하며, 아마 후무이기도 할 것이다.
있는 실력으로 몇 시간 동안 문제만 풀면 되는 경시가 아니라, 해마다 아이디어를 짜내고 완성된 작품을 장시간 동안 개발해서 출품해야 하는 공모 부문에서 이런 미친 짓은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파탄 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은 아무 정보도 없이, 어디에도 도와 주는 사람이 없이(도와 줄 수도 없고)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나 혼자 고3 시절에 세벌식 글자판 관련 응용 아이디어를 신들린 듯이 생각해 내고, 그걸 초간단 에디터 형태로 혈혈단신으로 구현한 디스켓 한 장짜리 프로그램이었다. 진짜 밑바닥에서 맨주먹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다. 이것이 심사위원들을 경악시켰으며, 전국의 쟁쟁한 컴덕후들이 출품한 90여 편의 작품들을 제치고 그 누구도 의심이나 부정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대상, 1등을 차지했다.
이건 고등학교부터 대학, 대학원이나 회사 등 기존 사회 조직에 정상적으로 소속돼 있는 사람의 머리와 여건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고, 아니, 저변에 깔린 사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프로그램이다(전산학 내공이나 컴퓨터 지식과는 무관하게). 그러니 공모 부문의 병폐로 지적되는 표절이나 대리 개발 의혹 따위는 있을래야 있을 수 없었다.
대상 입상 하나로 내가 지난 3년간 고등학교에서 깽판 치고 부모님과 선생님을 걱정시키던 건 완전히 잊혀지고 용서되었다. 오히려 나는 학교의 명예를 크게 드높인 영웅이고 기적을 창조한 컴퓨터 천재로 완전 칭송을 받게 되었다. 사실 난 그들이 생각하는 부류의 typical한 컴퓨터 천재가 아닌데도 말이다. 나보다 훨씬 더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도 날 우러러보기 시작했다.
뭐든지 잘 학습하고 적응하고 남보다 빨리 해치우는 사람을 천재라고 부른다면, 나는 천재가 전혀 절대로 아니다. 그런 보편적인 역량은 나는 오히려 평균에 훨씬 미달이다. 나도 좀 그렇게 돼 보고 싶었고 그런 사람이 부러웠는데, 난 그렇게는 안 되더라. 나는 제대로 된 수험생 생활을 해 본 적이 없고 모범생으로 살아 보질 못해서, 학교 공부만으로 일류대에 간 사람이 참 대단하고 부럽다.
3. 취업과 진학 사이에서의 고민
이런 생활이 대학 시절에서까지 이어져서 나는 학교 공부는 뒷전이었다. 전산학 전공조차도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난 그냥 비주얼 C++로 윈도우 API만 쓰면 내가 원하는 대로 컴퓨터를 마음대로 다 조작할 수 있고 내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옮기는 데 아무 지장이 없구만, 내가 익숙하지 않은 다른 플랫폼이나 툴, 언어를 왜 구태여 써야 하고 이런 거 내부 원리를 왜 익혀야 하는지 거부 반응이 왔다.
내게 컴퓨터는 확실히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었으며, 나는 그렇게 컴덕후나 해커 기질은 없었다. 난 딱히 IT 벤처를 차려서 떼돈을 번다거나 수학적으로 더 뛰어난 알고리즘을 개발한다기보다는, 그저 컴퓨터에서 한글 입출력의 모든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서 내 눈으로 보고 싶을 뿐이었다. 덕질치고는 너무 소박한가?
그래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 정도의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혼자 만들 정도로 Windows 개발 환경에 완전히 정통한 프로그래머인 것치고는 나는 윈도우 이외의 플랫폼은 정말 모른다. 모바일 쪽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난 아직 스마트폰도 안 쓴다!) 나 정도로 선택과 집중의 편차가 심한 케이스도 참 흔치 않은 것 같다.
난 주변으로부터 “지금 겨우 그 회사에서 그 연봉은 너무 아깝다”, “넌 공부 더 해야 된다. 대학원 꼭 가라. 유학 가라” 같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일면 맞는 말이다. 난 단체생활을 못 하며, 폐쇄적이고 군기 센 집단에서는 더욱 못 있는다. 말단 신입사원으로 시작해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면서 위에서 시키는 일만 성실하게 잘 하는 방식으로는 성공 못 한다.
벤처 창업이라도 하는 게 아닌 이상, 나 같은 사람이 학부에만 머물러 있을 처지가 아니라는 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난 대학원에도 선뜻 갈 수가 없었다. 학부 평점이 상당히 안 좋고, 유학을 가기에는 좋아하는 분야가 너무 한국적인 소재이고, 무엇보다도 이 외곬수 기질로는 어느 대학원을 가든 지도교수와 원만한 의사소통을 할 자신이 도저히 없었다.
난 유명한 교수의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거기 일 거들면서 공부에만 매진하고 지도교수의 학풍을 물려받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 기존 연구와는 좀 동떨어진 내 연구를 완전히 독자적으로 해서 논문으로 남기는 게 주목적이다. 그래서 애초에 과도 단과가 아닌 협동과정을 선택한 것이다.
불행인지 행운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도 모자라서 또 완전히 기상천외한 걸 만들고 싶은 게 있다. 입력 쪽을 연구했기 때문에 다음으로 정복하려는 분야는 글꼴과 관련된 출력 쪽이다. 기존 학문 한 분야만 알아서는 생각할 수 없는 연구 주제이다.
지금 내가 간 대학원은 이런 게 그나마 해당된다고 여겨지는 협동과정을 택해서 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안에서도 나 같은 걸 연구하려는 사람은 주변에 당연히 있을 리 없…고 전례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건 없다. 이와 관련해서 잡음도 좀 겪었다.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와 방법론을 남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게 너무 힘들었다.
물론 그 정도 고생은 대학원에서 높은 학위를 받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경험상, 교수님들도 내가 우려하는 것만치 폐쇄적이지는 않으며 자기가 딱 전공한 세부 분야 외로는 연구를 딱 짤라서 불허한다거나 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워낙 전례가 없는 길을 만들어 가려 하고 있기 때문에, 석사 이후 앞으로의 더욱 길고 힘든 박사 과정을 이런 식으로 정말로 계속 진행 가능하겠는지에 대해서는 더 치밀한 사전 준비와 조사,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 내 인생에서 철도의 의미
어찌 보면 북한만치 폐쇄적이고 꽉 막혔고 내 관심분야밖에 모르던 시절에 나의 영적 식견은 킹 제임스 성경을 통해서 뚫렸다. 그러나 세상적인 식견은 철도를 통해서 뚫렸다.
새마을호 객실에서 이제는 말할 수 없는 그 음악이 귓가에 울려 퍼졌을 때, 극한에 가까운 희열을 경험함과 동시에 물리를 보는 눈이 열리고 사회, 지리, 역사를 보는 눈이 열렸다. 음악 쪽도 당연히 물미가 터졌다. 눈에서 뭔가 비늘이 벗겨져서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학교 공부들이 그저 입시를 위한 죽은 지식이 아니라, 나와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철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산 지식이 되었다. 예수 믿고 구원받은 것 다음으로 내 인생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철도를 인격적으로 만난 것이다. 내가 한글 공학 쪽을 먼저 파고들지 않았으면, 다음 진로를 철도를 연구하는 대학원이나 회사로 선택했을 것이다.
비록 이 때문에 나의 취향은 다른 사람들이 더욱 공감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외곬지수는 더욱 상승하게 됐지만… 그래도 내가 다른 진짜로 골치아프고 비성경적인 이상한 분야에 빠질 바에야 철도 정도면 정말 정말 건전하고 좋지 않은가?
다만, 최근엔 본인과 친한 모 자매님이, 평소에 내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읽고 있는데 철도 성령이라는 표현은 교리적으로 마음에 걸린다고 지적을 했다.
비록 내 개인적으로는 철도가 끼친 내 삶의 변화가 정말 성령님의 역사에 버금가는 급이고 그리스도의 심판석에서도 기쁘게 보고드릴 내역이라 생각하지만, 믿음이 약한 분을 실족시키지 않기 위해 그런 표현은 앞으로 글에서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겠다. 혹시 이것 때문에 지금까지 불편했던 분이 계시면 사과드린다. 5. 결혼 문제와 결론
일류대 졸업하고서 좋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또는 공무원에 취직한 뒤, 여자가 넘쳐나는 일반 교회에 고분고분 다니다가, 중산층 집안에서 곱게 자란 참한 자매를 금방 소개받아서 곧장 결혼하는 게 부모님께서 내게 가장 바라시는 시나리오인 것 같다.
하지만 난 그렇게는 못 살겠다.
내 미래가 아직 안정적이지 않고 불안하다고 느껴지고 나 혼자 만들고 싶은 게 머리에 아직 꽉 차서 비워지질 않았는데, 이성교제나 결혼 같은 건 도저히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내 관심사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걸 포기하고 시간과 노력을 쪼개서 다른 걸 따로 해야 한다면 단언하건대 나는 이성교제 못 한다. 내 머리 구조를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라면, 난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여자에게 아무 메리트도, 매력도 없다. 만나서 같이 할 얘기가 없고, 난 그런 이성을 즐겁거나 행복하게 해 줄 능력이 없다.
난 앞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평범한 자매 vs 철도를 미치도록 좋아하지만 기독교 안티인 아가씨”와 같은 형태로 배우자 선택과 관련된 시험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랬는데 이 말을 들은 모 지인의 대답은 이랬다. “철도를 너처럼 미치도록 좋아하는 여자는 절대로 없을 테니 그런 시험에 빠질 걱정은 할 필요 없다.” 헐, 이게 더 현실적인 조언인 걸까?
나는 “음주가무가 뭐예요? 먹는 거예요?” 수준인 머리 구조의 특성상, 통상적인 육체의 정욕을 좇는 죄에는 거의 자동으로 면역이 된 채 지냈다. 그 대신 나는 더 고차원적인 이상한 이단에 빠질 수 있었고, 사회 문제의 원인에 대해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정치· 종교 조직에 쏙 빠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어쩌면 사회 구조에 대해 비관하다가 확 자살을 할 수도 있었다.
옛날에 내가 썼던 <성경을 안 덕분에, 예수님을 믿은 덕분에>라는 글은 오랜 묵상의 결과를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하게 글로 정리한 것이다. 나 정말 예수님 덕분에 올라간 인생 효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 와중에, 나의 10년 후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난 정말 모르겠다. 내 아이디어와 내 발명품은 “정말 원론적으로 옳고 명분은 좋으나, 비현실적이고 상품화는 곤란하다”는 이유로 그냥 논문만 도서관에 처박힌 채 묻혀 버릴 수도 있다. 난 IT 기술을 사람의 죄성을 자극하는 데 활용할 능력이나 의향이 없다는 특성상, 대박 내고 벼락부자 될 가능성은 일단 80% 이상 접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화성인 오덕질 기질을 도저히 주체하지 못해서 평생 동정을 지키다가 죽거나 휴거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예 이를 초월하여, 다 훌훌 털어내 버리고 “난 주의 일만 하느라 바울과 예레미야의 길(?)을 당당히 가겠다”고 선언하게 될 수도 있다. 헐~!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경우엔, 내가 아무리 명분이 옳은 일을 한다 할지라도 세상의 그 많고 많은 이성 중에서 절대적인 네 편이 되어 줄 사람 하나 못 사귀고, 2세 하나 못 만들고 죽으면 그것도 참 유쾌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아직은 기도만 하면서 답을 구해 봐야지 뭐.
하나님께서 고분고분 사회 제도만 잘 따르는 사람만 만드신 게 아니라, 나같은 똘끼가 다분한 통계상의 outlier도 만들고 은혜를 베푸셔서 어째 KJV 골수분자로 만드셨는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좀 재미있지 않은가?
김정훈 형제님과 신촌에서 교제한 적이 있었다(예전처럼 좋은 글 가지고 어서 컴백해 주세요~). 그분도 자신이 아는 하나님은 그저 딱딱하고 까칠하고 규칙· 규율밖에 모르고 엄숙· 엄격하기만 한 게 아니라, 위트와 센스도 있고 다이내믹하고 기발함과 돌발상황을 좋아하신다는 걸 과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다고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고서야 성경에 예외가 그렇게도 많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흠정역 쓰는 킹진영 안에 본인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기억해 주시고, 본인의 미래와 진로에 대해 마음껏 관심을 갖고 궁금해해 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궁금해하지만 말고 기도로 도와 주신다면 더욱 감사하겠다. 내가 글은 좀 딱딱하게 쓰는 거 같아도 마음은 여전히 여리고 독자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연약한 성도일 뿐이다. ^^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2-07-18 14:52:30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