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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경 기록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주신 것으로 교리와 책망과 바로잡음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디모데후서 3장 16절)

  • 일요일 현충일조회수 : 9161
    • 작성자 : 김용묵
    • 작성일 : 2010년 3월 8일 0시 1분 8초
  • 작년도 마찬가지지만 2010년 올해는 공휴일에 관한 한 정말 재앙(?)인 해이다.
    지난 삼일절이 월요일이었고 오는 5월에 어린이날(수요일)과 석가탄신일(금요일)에 숨통을 좀 튼 후로는, 주중 빨간날은 추석이 끝이다.
    달력을 좀 분석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이 모두 같은 요일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들이 모두 일요일이다. ^^;; 거기에다 성탄절마저도 토요일과 겹치니 가히 공휴일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성탄절과 석가탄신일을 빨간날에서 제외하고 차라리 한글날 같은 진짜 뜻 깊은 날을 공휴일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정치라는 건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니 참 답답한 노릇. 한국인이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혜택을 보편적으로 입고 있는 한글이라든가 헌법과 관련된 공휴일은 너무나 쉽고 만만하게 제외된 반면, 보편적이지도 못한 종교와 관련된 공휴일은 제외를 극구 반대하는 계층이 존재하니 유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수님 대신 바라바를 선택한 것과 같은 잘못된 포퓰리즘의 단면이 아닐까 한다.
     
    중간에 윤년이 낀 적이 있기 때문에, 과거엔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 아니라 6년 전인 2004년의 공휴일이 올해와 같이 역시 절망적이었다.
    그때도 현충일에 교회에 갔다. 그런데 당시 본인이 다니던 교회는 3의 배수인 달의 첫 일요일에 주의 만찬을 실시했다. 그래서 그 날이 주의 만찬을 하는 날이었다. 오전 10시엔 사이렌 소리 들으면서 호국 영령 묵념을 하고, 그로부터 2시간 남짓 뒤엔 예수님의 죽으심을 기념하는 의식을 치르니 일요일 하루가 이보다 더 숙연할 수가 없었다. 물론 두 의식은 성격이 서로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바로 그 때 깊이 깨달은 바가 있었다.
    예수님이 하나님이 아니라면, 기독교가 그냥 인간이 만든 종교이고 성경 역시 인간이 만든 사상과 이념을 담고 있는 논어, 불경 같은 책일 뿐이라면.
    예수님은 사대성인, 혁명가, 사상가, 열사, 순교자 정도 되는 신흥 종교 교주라면.
    기독교는 매 예배 때 주의 만찬 정도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순“교”선열들에 대한 묵념이라도 꼬박꼬박 해야 할 것이다. 뿌우우우~
     
    한글 학회만 해도 주시경 선생과 조선어 학회의 정통을 이어받은 단체라고 자부하며, 일제 말기의 조선어 학회 사건 때 선조들이 받은 고난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대단하다. 공식 행사라도 할 때는 국민의례가 끝난 뒤에 선배 국어학자들에 대한 묵념을 한다(최현배, 정태진, 한징, 이운재 등~). 한편 군대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상무 정신 강조하고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서 정신 교육 때 맨날 하는 게 딱 저런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세상에 고난의 짬밥면에서 기독교를 능가할 존재가 있겠으며, 역사적으로 성경만치 무수한 피를 흘리면서 전수된 책이 있었겠는가? 바울, 베드로, 위클리프, 틴데일, 주기철, 손양원 등등, 시기와 분야도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기독교회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예수님의 죽으심을 주의 만찬을 통해 기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모하지는 않는다. 또한 우리는 신앙 위인 전기를 접하면서 도전과 감동과 유익을 얻지만,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기독교는 존재조차 할 수 없었을 거라는 식으로 사람을 떠받들지는 않는다. 하나님이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고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할 처지이기라도 하단 말인가? 이건 헌금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설교 때도 성경을 강해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지, 단순 예화로 아주 잠깐 언급하는 수준 이상으로, 무슨 ‘순교자 열전’처럼 사람을 중심으로 띄우지는 않는다. 사람을 무슨 초인적인 성인으로 치켜세우지도 않는다. 이것이 기독교 예배가 여타 종교/단체의 행사 내지 의례와 근본적으로 다른점일 것이다.
     
    성경은 세상을 정복해서 기독교 학교, 기독교 기업, 기독교 정권을 만들라고 명령하지 않으며, 반대로 너무 수준 낮은 이 세상을 아주 떠나서 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크리스천들끼리 독립된 경제권, 공동체 만들어서 너희들끼리만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미래에 666 안 받으려고 서바이벌 중인 환란 성도들이나 그렇게 살 필요가 있지, 그건 은혜의 교회 시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아주 극단적인 예외 상황일 뿐이다. 세상은 세상대로 교회는 교회대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그 과정에서 혼을 개인적으로 구원하는 것이 크리스천의 임무일 뿐인 것이다.
     
    이 개념을 알면 성경이 로마서에서 그것도 그 포악한 네로 황제 시절에, 목사뿐만 아니라 세상 공권력을 하나님의 사역자라고 일컬은 이유를 알 수 있다.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는 정교 분리 원칙을 이해할 수 있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성경적으로 문제될 게 없지만, 마리아 형상에다 경의를 표하는 건 명백한 우상숭배인 이유를 알 수 있다.
    keep from이라든가 trump/trumpet 같은 지엽적인 어휘 논쟁을 초월하여 환란 전 휴거가 하나님의 성품상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왜 예수 안 믿는 게 죄이며 더구나 왜 영원한 지옥 형벌을 받는 죄인지를 알 수 있다. 이런 것을 보는 안목이 전혀 열려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선포라는 어리석은 방법이 이 비주얼 시대, 인터넷 시대에도 왜 유효한지, 특히 논쟁이란 게 왜 백해무익인지 등에 대한 안목도 생기게 된다. 수학 공식이 착착 증명되듯이 신앙 논리가 명쾌하게 쫙 뚫린다는 얘기이다.
     
    이런 것으로 인해 그 당시 기뻐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마치 삼겹줄이 쉽게 끊어지지 않듯, 이런 큰 뼈대가 잡히고 나면, 숲이 아닌 잔가지 수준에서 어지간히 말장난하는 이단 교리들에는 빠질래야 빠질 수가 없게 된다. 이제 90일 남짓 남은 올해의 일요일 현충일은 그저 일요일과 겹친 공휴일이라고 원망(?)만 하지 말고, 국가와 교회와의 관계라든가 나의 신앙이 세상의 여타 종교· 사상· 이념보다 얼마나 더 수준 높은지를 한번 묵상하면서 보내는 게 어떨까?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2-07-19 11:50:41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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