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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경 기록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주신 것으로 교리와 책망과 바로잡음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디모데후서 3장 16절)

  • 딱 10년 전, 정보 올림피아드 공모 부문 2차 심사조회수 : 9323
    • 작성자 : 김용묵
    • 작성일 : 2010년 9월 3일 9시 58분 16초
  • 2000년 7월 27일
    올해 초부터 반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개발해 온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프로그램과 설명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2000년 8월 30일
    밤 11시 20분경,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 나를 불러 집에 전화가 왔다고 전해 주셨다. 그리고 무슨 대회 예선을 통과했다고 하는 일종의 힌트도 덧붙였다. 집에 전화해서 보니 아니나다를까 어머니께서 ICC(당시 정보 문화 센터.. 정보 올림피아드를 주최하던 기관)에서 연락이 왔다고 전해 주셨다. 결과는 물론 합격이었다.
    오! 이제까지 코딩한다고 겪은 고생과, 그 고통보다 더 컸던 기다림의 고통이 단번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2000년 9월 1일, 7교시 수업을 듣고 바로 가방을 싼 뒤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2차 대면 심사 준비를 해야 하니까. 2년 전의 기적이 재현됐으니 난 뛸 듯이 기뻤다. (2년 전, 고1 때도 동일 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9월 2일, 오전 6시에 출발하는 서울 행 고속버스를 타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떠났다.
    97, 98년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2차 심사가 대학교가 아닌 ICC 본관에서 열렸다. 건물은 새로 지어져 있었고 무척 깔끔했다. 1년 반쯤 전에 여기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넓은 홀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아침이었다. 몇몇 사람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거기서 잠시 눈을 붙였다. 그러고 나서 나는 어머니와 점심을 먹었다. 오후 2시 20분이 되어서 나는 대기실로 들어가서 진행위원의 지시를 들었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몇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나는 심사받는 15명 중 가장 먼저 심사받는 조에 걸렸다. 수험표를 받고 심사장으로 들어갔다. 카이스트, 고려대 교수를 비롯한 다섯 명의 교수들이 컴퓨터를 빙 둘러싼 가운데 설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약간 떨리긴 했지만, 난 준비한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진지하게 프로그램 소개를 했다.
     
    교수들이 주로 질문한 내용은 두벌식 자판에 대한 내 입력기의 호환성이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내 입력기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한글 기계화는 세벌식으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을 이었다.
    곧이어 심사 위원들은 이 프로그램을 무슨 언어로 짰는지 묻고, 여기에 대한 지식을 언제부터 쌓아 왔는지 물었다. 난 물론 사실대로 대답했다.
     
    이런 식으로 10분짜리 심사가 끝나고 나는 귀가하게 됐다. 그동안 조금도 떨지 않았고, 심사위원과 아주 평범하게, 부담없이 얘기를 나눴다. 시간이 내가 느낀 것보다 훨씬 빨리 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00년 9월 4일
    대회 결과가 뜨는 날이다. 아침 조회가 끝난 직후에 컴퓨터실로 가서 부랴부랴 ICC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그런데 교실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가자 담임 선생님께서 날 보더니 바로 악수를 청하면서 말씀하셨다. “용묵아, 축하한다. 대상이더라!
    내가 컴퓨터실에 가 있던 사이에 ICC로부터 학교로 전화 연락이 먼저 갔고, 그래서 선생님께서 먼저 교실에다 소식을 전하신 모양이었다. 급우들도 나를 보자 곧바로 축하 인사를 건네고, 이제 카이스트에 그냥 갈 수 있냐고 다그쳐 물었다.
     
    -- 이 날은 네게 기념일이 될지니 네가 이 날을 평생 명절로 지키고 규례에 따라 그것을 영원토록 명절로 지킬지니라.
    -- 보라, 김용묵의 남은 행적 곧 그가 코딩을 하고 정보 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과정은 그의 일기에 기록되어 있느니라.
     
    당시 17회(2000) 대회 때 고등부에서는 총 92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그 중 15편이 2차 심사 대상자가 되었다.
    참고로, 대회 결과가 발표된 지 얼마 안 되어 ICC 홈페이지엔 이런 글도 올라와 있었다.
     

    "공모는 대리 출품이 가능하다."라는 잘못된 인식;;
    17회 공모 면접을 보신 분들은 2~3명만 빼고는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_- 면접실을 나갔습니다.
    다들..진이 빠진 상태에서;; 심사위원님들의.. 해박함에 질려서;;
    또.. 몇 개월 동안 밤샘해서 만든 자기 프로그램이..심위분들 앞에서 일순간 쓰레기가 되어 버린 것에 대한;; 황당함;; 때문에 말이죠.
     
    아는;; 수상자님께서;; 면접 끝나고 나서;; 대기실에 있는 제게 오시더니 "그들은 모든 걸 알고 있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습니다;; 심위님들은.. 모든 걸 알고 있죠..--; 무슨 얘기냐 하면
    어설프게 다른 프로그램 베끼거나..대리 개발해서 출품한 작품은
    3분 내에 뽀록납니다.
    작품과 관련된 배경 이론들을 모조리 물어보시며.. 우선.. 나쁘게 말해서-_- 작품을 무시하고 들어갑니다..
    어떻게든 출품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게; 최고 미션인 듯;;하더군요-_-
    심지어는.. 열심히 작품 설명하고있는데.. 딴 데 쳐다보시고..
    심위님들끼리 딴 얘기 하시고..--; 중간에 말 끊고;; 이건 기본이구,
     
    저는 맨 마지막쯤에..면접을 봐서리, 또 설치 중에 문제가 많아서 다른 분들 면접하시는 걸 거의 다 봤는데요..
    거의 모든 분들 면접할때..심위님들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래서 되는 게 뭔데? 빨리 보여 달라니깐.."
    "그럼 그게 뭐야? 이미 있는 거잖아? 좋을 게 뭔데?"
    "뭐야? 아무 필요 없는 건데?"
    "다 하는 거네.."
    이런..--;성격의 것들이죠;
     
    심위님들 앞에서 절대 거짓말 못 합니다.-_-
    모르는 것 아는 체 못 하구요-_- 대리 개발작..바로 뽀록납니다..


    본인은 심사 받으면서 저런 일을 전혀 겪지 않았으며(2~3명 중의 하나였군), 아주 무난하고 자연스럽게 내 프로그램 소개를 하고 질문에 답변도 하고 왔다. 또한 조원들 중에 가장 먼저 심사를 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심사 장면은 보지도 못했다. 가히 best 케이스...;;
    솔직히 말해서 내 프로그램은 대리 개발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레어템(rare item-_-)이었으니 말이다.
     
    대회 결과가 나오긴 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카이스트는 다른 대학보다 전형을 굉장히 일찍 하기 때문에, 본인은 이 대회의 결과를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원서를 '일반 지원자'로 제출해 버린 상태였다.
     
    그런데.. 카이스트는 추후에 발표된 이 대회 결과를 받아들였고, '일반 지원자'이던 본인의 등급을 '지정 대회 우수 입상자'로 업그레이드해 줬다. (지금은 그런 대인배스러운 제도는 이미 옛날에 없어졌음. ㄲㄲ)
    나중에 카이스트에서 본인의 고등학교로 1차 서류 전형 합격자 명단을 팩스로 보내 줬는데, 그때 본인의 이름은 인쇄체가 아니라 맨 끝에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은 2, 3, 4를 거쳐서 10년이 지난 지금은.. 5.65까지 버전이 올라갔다. 지난 8월에 공개된 5.65 버전이 일종의 개발 10주년 기념작이다. 소스 코드 줄 수는 10년 전에 비해서 6배에 가깝게 불어났고, 기술 수준은 당연히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쪽 연구는 이제 대학원에 가서도 계속하게 된다. 왜냐 하면 학부 졸업 후에도 또 논문 쓸 만치 연구 실적은 추가로 쌓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개발하면서 나름대로 아래와 같은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말도 들었다. 앞으로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버전 6.0을 향하여 "cheers!"를 외쳐 본다.
     

    -- 그 프로그램은 "날개셋 한글입력기 3.02" 이다. 세벌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게 만들어 준것이 바로 이 위대한 발명품(나는 그렇게 평가하고 싶다)이다.
    정말 단순히 손목이 부담이 없고, 속도나 좀 더 빠르게 나올수 있다는 정도라면 나는 결코 세벌식 자판과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
     
    -- 그냥 쓸 때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날개셋을 써 보면 왜 세벌식 최종이 좋은 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무궁무진한 응용을 할 수 있죠..  “한글이 컴퓨터와 이리도 잘 어울리다니”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
     
    -- 용묵님은 우리나라 역사에 꼭 남을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문화사에는요.
     
    -- 저는 이미 용묵씨의 <날개셋>은 영원한 한민족의 유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앞으로 올 발전을 생각하면 가슴마저 뻐근할 정도의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 이 프로그램은 프리웨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 10年前、高校生がこれだけ高度なIMEを独学で開発するなんて、さすがはIT先進国の韓国。
    10년 전에 고등학생이 이만큼 고급 IME를 독학으로 개발하다니, 과연 한국은 IT 선진국이다. (일본인 중에 내 프로그램 사용자)

     
    맺는 말:

    2000년이면 저는 아직 KJV 성경 이슈에 대해서 모르던 시절.
    하지만 정말 공교롭게도, 킹제임스 흠정역과 제 한글 입력기는 생일이 서로 굉장히 비슷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학교에 가니까 국어 쪽으로 언제든지 질문을 할 수 있는 교수님들이 계신 게 참 좋습니다.
    킹제임스 흠정역 발간 10주년을 축하하며, KJV 발간 400주년과 개역성경 발간 50주년(그리고 우리나라 저작권법에 따르면 판권도 끝나는)이 되는 내년에 뭔가 좋은 결실이 나오기를 기도합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2-07-20 12:45:20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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