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경 기록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주신 것으로 교리와 책망과 바로잡음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디모데후서 3장 16절)
-- 또 그분께서 이르시되, 우리가 한국 철도의 역사와 체계를 어디에 비유할까? 혹은 그것을 무엇과 비교할까? (막 4:30 패러디)
1. 영동선 인클라인의 구배
철도는 쇠로 된 궤도 위를 쇠바퀴가 구른다는 특성상 마찰이 작다. 그래서 수송 효율이 우수하여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더 길고 무거운 대형 차량이 연료를 적게 들이고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특성 때문에 철도는 자동차보다 가감속이 더디고, 경사를 오르는 데도 훨씬 더 취약하다. 자동차의 성능을 나타내는 스펙 중엔 등판능력이라는 게 있다. 교통수단의 최대 등판능력은 x축으로 1만큼 진행하는 동안 y축인 위로 얼마만치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한 비율로 나타낸다. 기울기, 즉 탄젠트값으로 나타낸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동차의 성능 제원을 보면 등판능력이 0.3~0.4대가 보통인데, 이것을 각도로 환산하면 18도에서 22도 사이가 된다.
그 정도 구배는 1단 기어가 아니면 오르지 못한다. 그리고 사실, 평지에서 너무 가파른 언덕을 갑자기 오르면, 엔진의 힘이 받치기 전에 일단 차 바닥부터가 긁힐 것이다.
군용차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 일부 사륜구동 차량만이 30도가 넘는 경사를 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런 차량은 정말 기름 먹는 하마이기도 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는 그렇고, 그럼 철도 차량은 어떨까?
1940년에 개통한 강원도 영동선의 통리-심포리역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구간이 있었다. 아래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유명한 사진임. 이 정도 경사의 탄젠트가 약 0.27 정도였다고 한다. 각도로 환산하면 15도 정도.
이건 자동차로나 간신히 오르지, 철도 차량의 등판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기울기였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기관차+객차형 열차가 무리 없이 버티는 오르막의 기울기는 고작 0.035. 1km당 35m를 오르는 구배를 각도로 환산하면 겨우 2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철도 업계에서는 구배를 나타낼 때 탄젠트값에다 1000을 곱한 퍼밀, 즉 천분율 단위를 즐겨 쓴다. 다루는 값의 범위가 자동차 도로보다 훨씬 더 작기 때문이다. 철도를 요 모양으로 만든 덕분에, 당시 영동선은 결국 이 언덕 앞뒤로 쪼개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철도로 통과할 수 없는 철도 구간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기술과 자원으로는 길을 이렇게밖에 낼 수 없었나 보다.
여기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열차를 모두 쪼개고, 기관차와 각 객차를 하나씩 케이블로 연결하여 별도의 크레인 시설로 끌어올려야 했다. 그 동안 승객은 내려서 1km 남짓한 언덕을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통과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느리고 불편하고...
이 방식을 인클라인이라고 부르는데, 인클라인은 1963년에 진작에 없어졌으며, 1km 거리를 7~8km의 완만한 경사로 빙빙 돌며 우회하는 경로로 바뀌었다. 상식적으로 35퍼밀로 270 퍼밀치 높이를 오르려면 7.7배의 우회가 필요하다는 걸 간단한 계산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영동선 인클라인의 평균 구배인 270퍼밀은 사해의 소금 농도와 비슷한 값이고, 35퍼밀은 전세계 바닷물의 평균 소금 농도와 거의 같은 값이라는 것. 세계 지리 상식과 철도 기록 사이의 유사점을 찾아 내는 데 성공했다. 2. 역사 속으로 사라진 두 종류의 비둘기
과거에 북아메리카 대륙에는 여행비둘기(Passenger Pigeon)라는 새가 살고 있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개체수가 수십억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고, 한때 새 가운데 개체수가 가장 많은 녀석으로, 아니 당대의 인구 수보다도 더 많은 날짐승으로 여겨졌다.
어느 탐험가의 1838년도 일기에 따르면,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은 채 머리 위를 통과하는 여행비둘기 떼가 다 지나가는 데 꼬박 사흘 밤낮이 걸렸으며, 그 동안 주변은 햇볕이 가려져서 낮에도 어두컴컴했다고 한다. 새들이 앉았던 나무는 하얀 새똥으로 온통 뒤덮였고, 잎사귀와 열매는 남아나질 못하고 흔적도 안 남고 사라지곤 했다. 그때는 정말 하늘을 향해 아무 데나 엽총을 쏴도, 우수수 떨어지는 여행비둘기들을 얻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새조차도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씨가 말라 버렸다. 고기와 깃털의 품질이 좋았으며, 무엇보다도 이 새는 절대 멸종하지 않을 거라고 사람들이 확신했기 때문이다. 굳이 식용이 아니라도 포수 한 명이 취미로 여행비둘기를 몇백 마리씩 잡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19세기 말부터 미국 정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여행비둘기를 보호하려 애썼으으나, 개체수가 줄어든 이 새는 설상가상으로 작은 집단에서는 번식도 잘 되지 않았다. 야생에서 이게 발견되고 잡혔다는 소식이 마지막으로 전해진 건 1906년.
그 후, 미국 오하이오 주의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겨우 보존 중이던 마지막으로 여행비둘기도 번식에 실패한 채 수컷이 먼저 죽었다. 그리고 1914년 9월 1일 오후 1시 무렵, 최후의 여행비둘기이던 암컷 마사(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영부인의 이름에서 땀)가 죽음으로써... 여행비둘기는 완전히 멸종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날짐승의 종류(kind) 중 하나가 이렇게 지구상에서 없어진 것이다.
이제 이 새는 박제된 모습으로만 볼 수 있다. 어째, 대약진 운동 시절 마오쩌둥의 “저 새는 해로운 새다” 해프닝이 떠오르는데, 이 글의 주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므로 더 언급은 하지 않겠다. 관심 있으신 분은 링크를 따라가 보시라.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39684
한글이 이례적으로 창제자와 창제 목적· 시기가 알려져 있는 유일한 문자인 것만큼이나, 여행비둘기는 인류 역사상 멸종의 정확한 시기와 장소가 딱 알려져 있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느낌이랄까? 한때 대한민국의 최하위 열차 운행 등급이던 비둘기호는 강원도 정선선에 마지막 유일한 노선이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0년 11월 14일을 끝으로 운행을 중단하였고, 이로써 비둘기호라는 열차 자체가 없어졌다.
똑같이 비둘기라는 단어가 있다니, 게다가 그냥 비둘기도 아니고 여행비둘기!! 영어로는 아예 '승객'이라는 뜻이니까 교통수단과도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비둘기호가 사라진 날은 공교롭게도 2001년도 수능 시험 바로 전날(수능일은 2000년 11월 15일, 14일에 마지막 운행)이었다. 본인은 그때는 아직 철도 덕후가 아니었지만, 그 당시 수능을 앞두고 있던 고등학생 철덕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우리나라 최후의 협궤 열차이던 수인선 디젤 동차도 운행 등급은 응당 비둘기호였다. 1995년 12월 31일에 퇴역했다. 철도 덕후는 열차의 퇴역에 대해 특정 동물의 멸종을 보는 것만큼이나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는 법이다. 오늘날 비둘기호 객차는 의왕의 철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다.
비둘기가 사라진 지 4년이 채 지나기 전에, 다음 최하위 등급이던 통일호도 2004년의 KTX의 개통과 함께 사라졌다. 물론, 정화조도 없이 승객의 대소변이 선로로 바로 배출될(비산식) 정도의 구닥다리 열차를 21세기가 되기까지 굴리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어쩔 수 없는 면모가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안타까워했다. 특히 청량리-부전 전역정차 통일호가 마지막 운행을 한 2004년 3월 31일엔 전국 각지에서 철도 덕후들이 모여서 마지막 통일호 열차를 시승하였고, 열차의 퇴역을 아쉬워했다.
Conclusions
- 이 글은 철도의 날 특집으로 올리기엔, 내년 철도의 날까지 기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지금 올립니다.
- 성경도 이런 식으로 광산에서 금을 캐듯 fact를 발견하고 유사점과 차이점을 따지고 예표와 패턴을 발견하면서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크리스천들 중에 철도를 사랑하는 분도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2-07-21 15:50:41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