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경 기록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주신 것으로 교리와 책망과 바로잡음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디모데후서 3장 16절)
1.
지난 10월, 애플 사의 창업자로서, 그리고 최근에는 아이팟과 아이폰 덕분에 IT계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도 매우 친숙한 인물이 된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세상을 떠났습니다(1955~2011. 10. 5.). 그때 전세계 언론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되었습니다.
- 유복한 집안에서 실패라는 걸 모르고 자라고 지금까지 줄곧 승승장구만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는 달리, 기복이 심하고 드라마틱했던 인생사
- 실패한 프로젝트 때문에 자기가 세운 회사로부터 쫓겨났지만, 다시 경영자로 복귀 후 회사를 기적적으로 회생시킴 - 디자인을 좋아하는 학문 융합 기질 - 프레젠테이션의 달인 - 개인 인격은 상당히 괴팍한 구석이 있으며, 직장 상사로서는 그리 좋은 타입이 아니었다 함 - 기독교나 성경과는 거리가 먼 개인 취향과, 다소 동양 철학적인 가치관 이런 사항들이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조금만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저런 드라마틱하고 인간으로서 불완전한 면모가 대중들로 하여금 그에게 더욱 열광하게 만드는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1주일 남짓 뒤, 정말 IT계의 전설적인 인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관심을 보인 언론은 제가 알기로 거의 없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데니스 리치(Dennis Ritche 1941~2011. 10. 12.). 데니스 리치는 유닉스 운영체제의 개발자 중 하나였고, 무엇보다도 이 운영체제의 개발을 위해 그 이름도 유명한 C언어를 고안한 사람입니다. C는 가히 프로그래밍 언어계의 라틴어이며, 후대의 C++, D, Java, PHP, C#, 심지어 Objective C 등 수많은 파생 언어들의 사상적 근간을 마련했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소개할 때 Hello, world!라는 문자열을 찍는 예제 코드를 제시하는 관행도 이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데니스 리치의 업적을 알 만한 전산학 전공자는 흔히 Goodbye, world!라는 문구로 그의 죽음을 알리곤 했습니다. 본인 역시 인터넷을 통해 저 문구만 딱 보고는 “혹시 그 사람이 죽었나?” 하는 생각이 곧바로 들더군요.
Windows 운영체제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솔직히 스티브 잡스의 영향을 전혀(아니면 최소한 '거의') 받지 않고 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치고 어떤 형태로든 데니스 리치의 사상과 연구 결과물을 활용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킨토시, 맥북 등 애플 사의 솔루션도 다 그것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더 정확히 말해 대중들의 평판은 이 정도로 차이가 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
여담입니다만, '스티브 잡스'와 '데니스 리치'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본인 같은 KJV 성경 신자에게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란셀롯 앤드류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연상시킵니다. 잡스와 리치가 사망 시기가 서로 비슷한 인물이라면, 셰익스피어와 앤드류스는 출생 시기가 비슷한 인물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박노찬 형제님께서 <두 사람의 재능>이라고 좋은 글을 쓰신 적이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rom1210.net/bbs/zboard.php?id=sharing&no=9 윌리엄 세익스피어와 란셀롯 앤드류스! 이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태어나서 같은 국가에서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의심의 여지없이 천재적 재능의 소유자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윌리엄 세익스피어를 알고 있다. 그러나 란셀롯 앤드류스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사람은 창조주로부터 받은 자신의 놀라운 재능을 사용해서 '영원히 하늘에 보존될 하나님의 말씀'을 번역하고, 그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는데 그의 능력과 에너지와 열정을 바쳤다. 다른 한 사람은 동일한 창조주로부터 받은 자신의 놀라운 재능을 사용해서 '이 땅이 불탈 때 함께 없어질 이야기들'을 짓는데 자신이 가진 전 재능과 능력과 열정을 바쳤다. 두 사람의 작품 모두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 되었지만, 한 사람의 작품은 자신의 창조주를 기쁘시게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 사람의 작품은 한 줌 흙에 불과한 피조물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데니스 리치가 하나님 보시기에 란셀롯 앤드류스에 필적하는 업적을 남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과학 기술은 그 자체에 영적인 배후나 선악 이념이 담겨 있지는 않지요. 단지, 어떤 고인에 대한 세속의 평가가 학계 내지 동일 업계 종사자의 평가와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진대, 하나님의 평가와는 얼마나 차이가 날 수 있을지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3.
다음으로 아주 비극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좀 지났는데, 필립 카츠(Phil Katz 1962~2000. 4. 14.)라는 천재 프로그래머가 있었습니다. 그는 수학과 전산학의 달인이었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데이터 압축 기술을 최초로 컴퓨터계에 보급했습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널리 퍼진 압축 방식인 ZIP 알고리즘을 처음으로 발명했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는 겨우 23세였다고 합니다. (하긴, 그 나이 때 John Carmack은 이미 Doom 게임을 개발해 냈지요.) 네트워크의 트래픽을 줄이고 데이터의 전송 비용을 줄여 주는 획기적인 기술이었죠. 옛날에 도스 시절에 압축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익히지 않을 수 없던 계기는 십중팔구 PC 통신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PK라는 그의 이니셜은 오늘날 수많은 실행 파일(EXE/DLL)들의 첫머리에 새겨진 MZ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파일 포맷을 식별하는 문자열입니다. (MZ는 도스 EXE 파일 포맷을 설계한 엔지니어 Mark Zbikowski의 이니셜) 그는 젊은 나이에 회사를 창업하여 백만장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너무 젊은 나이에 성공하면서 엄청난 부를 감당하지 못했고, 이내 자기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방탕한 생활에 빠졌습니다. 술과 여자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그러다 그는 겨우 37세의 나이로 호텔에서 만취 상태로 객사하고 말았습니다. 간은 샛노랗게 변해 있고 췌장에 출혈이 생긴 전형적인 중증 알코올 중독자의 죽음이었습니다. 발견 당시에도 손에는 위스키병을 움켜쥐고 있었다고 합니다.
http://kldp.org/node/9816 겨우 복권 당첨 졸부도 아니고, 앞날이 창창한 유능한 컴퓨터 천재의 죽음이었기 때문에 이는 당시 IT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그리고 이는 갑작스러운 세상적인 성공 뒤에 숨겨진 채 파괴되어 간 한 인간의 내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에 대해서 더욱 할 말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4.
컴퓨터 쪽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다 하나님과 상관이 없는 사람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1~3만치 유명한 경우는 아닙니다만, old timer라면 기억하시려나 모르겠군요. 바로 Alley Cat! 저는 초등학생 시절에 많이 해 봤습니다.
코드(물론 어셈블리어로 직접 코딩)와 데이터가 겨우 6만 바이트 안에 다 들어가는 이 게임을 만든 Bill Williams (1960~1998)는... 게임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다가 나중에는 이를 그만두고 아예 신학교에 가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은 사람입니다. Naked Before God: The Return of a Broken Disciple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http://www.amazon.com/Naked-Before-God-Return-Disciple/dp/0819217395 1960년생이니 Alley Cat이 개발된 1983~1984년은 pkzip이나 Doom이 만들어졌을 때의 개발자의 나이와 역시 비슷하군요!
천재들은 다 20대 중반이 되기 전에 작품으로 이름을 하나 남기는가 봅니다. 이 사람도 필립 카츠와 동일한 30대 후반의 나이로 요절합니다. 지병 때문에, 신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최후를 맞이한 방법이 필립 카츠하고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병마와 싸우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그가 고뇌하고 하나님을 발견하고 묵상한 흔적이 <Naked Before God ...>에 녹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저서는, 배경은 예수님 시대이지만 사무엘 깁의 <고통과 함께하는 삶> 같은 자서전적 소설인 것 같습니다. 1980년대 비디오 게임의 선구자라는 이미지와는 영 안 어울리지요?
지금까지 글의 제목이 가리키는 대로, 우리는 스티브 잡스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세상에 있지 않은 몇몇 IT계 거장들의 인생 행로를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글에서 언급된 몇몇 소수의 컴퓨터 천재들처럼 똑똑하지도 못하며, 결정적으로 그런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이제는 사회 구조적으로 옛날처럼 그렇게 갑작스렇게 대박을 내고 벼락부자가 되기란 매우,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참 하나님을 믿고 그분의 바른 말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짜 성공하고 참 행복을 얻는 법을 압니다. 하나님은 비범한 사람도 만드시고 그냥 평범한 사람도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따르는 의지와 구원 방법은 지적 능력에다 두지 않고 사람의 양심과 믿음에다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두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유명하고 높은 사람이 되든 그렇지 못하든, 재능으로 치면 5달란트를 받든 1달란트를 받든, 금그릇이든 질그릇이든, 세상으로부터 호평을 받든 악평을 받든 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흔들림 없이 만족하며 기쁘게 살 수 있습니다. 진짜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컴퓨터만 해도 거기에 빠져서 중독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무조건 배척만 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목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 누구라도 직함 없이 사람을 이름만으로 부르십니다. 이는 당연한 귀결이지요.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2-07-21 15:57:25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나의 모든 내면을 아시는 하나님 앞에서 진정으로 뭔가 잘 했다는 칭찬을 받는 행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목표가 되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