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의 몇 구절에 나오는 사랑과 마귀는 진한 명조체로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킹제임스 성경 답변서 질문 64>
대답: ‘love’와 ‘charity’ 그리고 ‘the devil’과 ‘devils’를 구분하기 위한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3장을 보면 사랑이 모두 진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의 사랑은 ‘charity’를 번역한 것으로 보통 다른 곳에서 사랑으로 번역된 ‘love’와는 다릅니다. 심지어 「옥스퍼드 영어 사전」조차도 ‘charity’를 크리스천의 사랑으로 분명하게 못 박고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이것이 구분가능하나 우리말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으므로 그냥 표기할 때 진한 명조로 하여 차이가 있음을 보인 것입니다.
한편 마태복음 4장 1절에 보면 마귀 역시 진한 명조체로 되어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유일한 사탄 마귀를 ‘the devil’로 표현했으며 이에 상응하는 그리스말은 ‘디아볼로스’입니다. 한편 사탄 마귀 수하의 ‘devils’가 있는데 이에 상응하는 그리스말은 ‘다이모니온’입니다.
그리스말은 다르지만 영어에서 같은 단어로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일한 하나님’(God)이 있듯이 ‘많은 신들’(gods)이 있습니다. 이 신들은 속성이 ‘God’과 비슷하지만 ‘God’보다는 못합니다. 마귀들도 ‘유일한 마귀’(the devil)와 비슷하지만 ‘the devil’보다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며 또 그리스말의 ‘다이모니온’은 우리말의 귀신같은 개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고대 중국이나 그리스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의 사후 영이 ‘다이모니온’이 된다는 개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성경은 이것을 이단 교리로 확증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만국의 공통 성경으로 삼으신 영어 킹제임스 성경에서는 이런 개념이 들어 있는 단어가 쓰일 수 없었고 그래서 ‘다이모니온’을 ‘devil’로 표현해서 이교도들의 미신을 제거해 버렸습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가서 ‘demon’의 용례를 찾아보면 실제로 1706년 전에는 현대 역본에서 ‘demons’로 나오는 존재들이 성경 용어로 쓰인 적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도 간혹 ‘demon’이라는 단어가 쓰였지만 그것은 항상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사람들 사이의 중간 존재를 나타냈습니다. 사실 이것이 ‘demon’의 1차적 용례입니다. 그러므로 1611년에 영어 킹제임스 성경이 나올 때에 분명히 ‘demon’이라는 단어가 있었지만 성경 역자들은 ‘다이모니온’을 ‘demon’이라 하지 않고 ‘devil’이라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성경의 ‘devils’를 그리스 시대의 불신자의 사후(死後) 영 - 국내의 베뢰아 이단과 같이 - 이나 신화적 존재로 생각할까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말 성경에서는 이것이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유일한 마귀 즉 그리스말로 ‘디아볼로스’로 표현된 곳은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에서 진한 명조체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아마도 대안으로는 ‘마귀’(the devil)와 ‘악귀들’(devils)로 나누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왜 같은 단어를 통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질 것이므로 현재는 진한 명조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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