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더하거나 거기에서 빼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나님의 명령들을 지키라.
(신명기 4장 2절)
마태복음 6장 13절 주기도문의 마지막 송영은 왜 괄호 안에 들어갔는가?
마태복음 6장 13절, 주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을 킹제임스 성경으로 읽으면 이렇다.
“우리를 인도하사 시험에 들지 말게 하시고 악에서 우리를 구출하옵소서. 왕국과 권능과 영광이 영원토록 아버지의 것이니이다. 아멘.”(마 6:13)
그런데 개역성경이나 개역개정은 뒷부분을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개역개정)이라고 괄호 안에 넣었다. 괄호는 ‘원래 본문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표시이다. NIV, ESV 같은 영어 현대 역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송영을 본문에서 아예 빼고 각주로 내려 “어떤 후대 사본들은 … 을 덧붙인다”라고 적어 놓았다.
온 교회가 2,000년 동안 기도해 온 주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이 현대 역본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말이 된 것이다.
이 송영은 기도의 마무리로서 중요하다. 주기도문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그분의 왕국과 권능과 영광을 높이는 것으로 끝난다. 다윗도 이와 비슷한 말로 하나님을 찬양했다. “오 주여, 위대하심과 권능과 영광과 승리와 위엄이 주의 것이오니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이 주의 것이니이다. 오 주여, 왕국이 주의 것이오니 주께서는 모든 것 위에 머리로서 높여지셨나이다.”(대상 29:11) 그렇다면 사본들은 실제로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사본들의 증거
이 송영이 없는 그리스어 사본은 시내 사본과 바티칸 사본(4세기), 베자 사본(D, 5세기), Z 사본과 0170번 사본, 소문자 사본군 f1에 속한 사본들, 그리고 130번·205번·372번·890번·2737번·2786번 사본 등이다. 역본으로는 고대 라틴어 역본 대부분과 불가타(벌게이트, Vulgate), 보하이르 콥트 역본의 일부가 있고, 교부로는 터툴리안, 오리겐, 키프리안이 있다. 마태복음을 담은 그리스어 사본이 1,000개가 훨씬 넘는데 그 가운데 송영이 빠진 것으로 알려진 것은 이렇게 10여 개다.
반면 송영이 있는 사본은 워싱턴 사본(W, 4~5세기), K, L, Δ, Θ, Π 사본, 소문자 사본군 f13, 28번·33번·565번·700번·892번·1241번·1424번 사본을 비롯한 비잔틴 계열 사본 거의 전부이며, 이 사본들은 ‘왕국과 권능과 영광’을 모두 갖춘 송영을 전한다. 역본으로는 페시타와 하르클 시리아 역본이 같은 송영을 가지고 있고, 쿠레톤 시리아 역본은 ‘왕국과 영광’으로, 사히드 콥트 역본은 ‘권능과 영광’으로 낱말에 차이는 있으나 송영을 가지고 있으며, 고대 라틴어 역본의 일부와 보하이르 콥트 역본의 일부에도 송영이 있다. 교부로는 크리소스톰과 「사도 헌장」(Apostolic Constitutions)이 송영을 인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증거가 있다. AD 100년 무렵에 기록된 것으로 보는 「디다케」(Didache) 8장은 초대교회가 주기도문을 드릴 때 “권능과 영광이 영원토록 주의 것이기 때문이니이다”라는 송영으로 마쳤다고 전한다. 「디다케」는 사도들이 세상을 떠난 직후의 교회가 어떻게 예배하고 기도했는지를 보여 주는 문서이다. 시내 사본과 바티칸 사본보다 250년 가까이 앞선 때에 이미 교회는 주기도문을 송영으로 마치고 있었던 것이다. 「디다케」만으로 마태복음 본문에 송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기도문을 송영으로 마치는 일이 사도 시대 직후부터 있었다는 사실은 이것으로 분명하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송영이 역본마다 낱말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여러 지역에 전해졌다는 점이다. 시리아, 이집트, 비잔틴 등 서로 다른 지역의 교회가 저마다 송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송영이 어느 한 곳에서 뒤늦게 끼워 넣어진 것이 아니라 일찍부터 널리 쓰인 본문임을 보여 준다. 한 곳에서 지어낸 말이라면 모두 같은 낱말로 퍼졌을 것이다.
곧 이 송영은 후대에 갑자기 등장한 말이 아니다. 「디다케」는 주기도문을 송영으로 마치는 일이 사도 시대 직후부터 있었음을 보여 주고, 그리스어 사본의 절대다수는 ‘왕국과 권능과 영광’을 모두 갖춘 송영을 전한다. 이것을 뺀 것은 이집트 계열 사본들과 라틴 전승이다. 그런데도 현대 비평 본문은 그 소수 사본을 따라 송영을 뺐고, 개역성경과 개역개정은 괄호에 넣었으며 NIV 같은 현대 역본들은 각주로 내린 것이다.
결론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는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여기는 데서 시작하여 왕국과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임을 고백하는 데서 끝난다. 1,000개가 넘는 사본 가운데 10여 개를 뺀 나머지가 이 송영을 가지고 있고, 사도 시대 직후의 교회가 이미 이렇게 기도했다. 킹제임스 성경은 다수 사본을 따라 송영을 본문에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그것이 원래의 본문이다. 괄호를 칠 것도, 각주로 내릴 것도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