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더하거나 거기에서 빼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나님의 명령들을 지키라.
(신명기 4장 2절)
마태복음 15장 31절 — 바티칸 사본과 시내 사본의 대충돌
마태복음 15장 30-31절을 킹제임스 성경으로 읽으면 이렇다.
“큰 무리들이 다리 저는 자들과 눈먼 자들과 말 못 하는 자들과 불구자들과 그 밖의 많은 자들을 데리고 그분께 와서 그들을 예수님의 발 앞에 두매 그분께서 그들을 고쳐 주시니 말 못 하는 자들이 말을 하며 불구자들이 온전하게 되고 다리 저는 자들이 걸으며 눈먼 자들이 보는 것을 무리가 보고 놀라서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니라.”(마 15:30-31)
30절에서 사람들이 데려온 네 부류, 곧 다리 저는 자들, 눈먼 자들, 말 못 하는 자들, 불구자들이 31절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고침을 받는다. 그런데 시내 사본에는 31절의 ‘불구자들이 온전하게 되고’라는 말이 없다. 사람들이 불구자들을 데려왔다고 해 놓고 정작 그들이 고침받았다는 말은 빠져 있는 것이다. 이번 경우는 앞의 글들과 조금 다르다. 개역성경이나 개역개정에도 이 말이 들어 있고(개역개정 “장애인이 온전하게 되고”), NIV나 ESV에도 들어 있다. 그렇다면 왜 이 구절을 이야기하는가? 이 구절이 현대 역본들이 서 있는 토대가 얼마나 불안한지를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사본들의 증거
‘불구자들이 온전하게 되고’가 없는 사본은 시내 사본(4세기)을 비롯한 몇몇 사본과 소문자 사본군 f1에 속한 사본들, 그리고 고대 역본 일부이다. 반면 바티칸 사본(4세기)을 포함한 대다수 사본에는 이 말이 들어 있다. 마태복음을 담은 그리스어 사본이 1,000개가 훨씬 넘는데 이 말이 빠진 것으로 알려진 것은 10개 안팎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현대 역본의 바탕이 되는 그리스어 비평 본문이 이 구절을 어떻게 다루어 왔는가 하는 점이다. 현대 역본들은 시내 사본과 바티칸 사본을 가장 중요한 사본으로 삼아 만든 비평 본문을 번역한 것이다. 그런데 19세기에 웨스트코트(Brooke Foss Westcott)와 호르트(Fenton John Anthony Hort)가 만든 비평 본문은 이 말을 본문에서 뺐다. 뒤에 나온 네슬레-알란트(Nestle-Aland) 본문은 이 말을 다시 본문에 넣었다. 같은 두 사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한 세대는 빼고 다음 세대는 넣은 것이다. 그래서 개역성경에도, 카톨릭 성경에도, NIV에도 이 말씀이 들어 있다. 현대 비평 본문과 현대 역본들도 이 대목에서는 시내 사본과 다른 본문을 택한 것이다.
두 사본은 얼마나 다른가
문제는 현대 역본들의 모체가 되는 두 사본이 서로 이렇게 다르다는 데 있다. 호스키어(Herman C. Hoskier)는 「코덱스 B와 그 동류 사본들」(Codex B and Its Allies, 1914)에서 시내 사본과 바티칸 사본을 한 줄씩 대조하여, 사복음서에서만 두 사본이 3,036곳 이상에서 서로 다르다고 집계했다. 마태복음에서 656곳, 마가복음에서 567곳, 누가복음에서 791곳, 요한복음에서 1,022곳 이상이다. 물론 이 가운데에는 철자나 어순처럼 뜻에 영향이 없는 차이도 많다. 그러나 가장 오래되고 가장 믿을 만하다고 하는 두 사본이 복음서 한 장마다 수십 곳씩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두 사본이 이처럼 어긋나므로 비평 본문을 만드는 학자들은 구절마다 어느 사본을 따를지 자기 판단으로 정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어떤 곳에서는 시내 사본을, 어떤 곳에서는 바티칸 사본을 따르게 된다. 마태복음 15장 31절이 바로 그런 예이다. 두 사본이 서로 다른 곳에서는 적어도 한쪽은 틀린 것이므로,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두 사본을 다른 모든 사본 위에 두고 그 본문을 앞세우는 것은 안전한 길이 아니다. 어느 본문이 원래의 말씀인지는 다수 사본과 고대 역본과 문맥을 함께 살펴 가려야 한다.
결론
시내 사본의 이 누락은 그 사본이 오류가 없는 완전한 사본이 아님을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30절에서 데려온 불구자들이 31절에서 고침받았다는 말은 문맥상 당연히 있어야 할 말이고, 바티칸 사본을 포함한 대다수 사본이 그렇게 읽는다. 킹제임스 성경은 처음부터 이 말씀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현대 비평 본문은 한 번 뺐다가 다시 넣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두고 이렇게 넣었다 뺐다 하는 토대 위에 세워진 현대 역본들이 얼마나 불안한지, 그리고 다수 사본을 따라 처음부터 한결같았던 킹제임스 성경이 왜 믿을 만한지를 이 작은 구절 하나가 보여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