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경 기록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주신 것으로 교리와 책망과 바로잡음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디모데후서 3장 16절)
경륜(Dispensation)
경륜(경영 체계), 청지기직 등으로 번역된 이 말은 원래 ‘무게를 달아서 나누다’란 뜻을 가지며 옥스퍼드 사전은 ‘나누어 주거나 배포하는 행위, 그리고 행정을 보거나 관리를 하며 물건들을 주거나 운영하는 체제, 신학적으로는 점진적 계시의 한 단계, 특정한 민족이나 기간의 필요에 특별히 부응하는 단계 혹은 어떤 체제가 널리 보급된 시대나 기간’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여기에 상응하는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는 ‘관리하다, 집행하다’ 등을 의미하는 동사에서 나왔으며 ‘사람이 사는 집의 일을 경영하다’를 뜻한다. 이와 같이 ‘경륜/세대/경영체제/청지기직’이란 단어의 중심 개념은 집안의 일을 관리하거나 집행하는 것이다.
신약성경에는 이 단어가 여러 형태로 20회에 걸쳐 나타난다. 동사 ‘오이코노메오’는 눅16:2에서 ‘청지기가 되는 것’이라는 뜻으로 1회 사용되었고 명사 ‘오이코노모스’는 ‘청지기’란 뜻으로 10회에 걸쳐 사용되었으며(눅12:42; 16:1, 3, 8; 롬16:23; 고전4:1-2; 갈4:2; 딛1:7; 벧전 4:10) 명사 ‘오이코노미아’는 청지기, 직분, 경륜, 위임, 일의 뜻으로 9회 사용되었다(눅16:2-4; 고전9:17; 엡 1:10; 3:2, 9; 골1:25; 딤전1:4).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서 이 단어는 두 비유에 나와 있다(눅12:42; 16:1, 3, 8). 이 두 비유는 모두 청지기가 집안을 관리하는 내용인데 누가복음 16장에 기록된 비유는 청지기직 혹은 세대/경영 체제의 구성 및 배열의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보여 준다. (1) 의무를 부과하는 자와 명령을 수행할 책임을 지닌 자가 있다; (2) 청지기에게는 독특한 책임이 있고 또 회계 보고할 책임이 있다; (3) 현재의 경영 체제 하에서 신실하지 못한 요소가 발견되면 언제라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사도 바울은 적어도 세 가지 세대를 언급하고 있다. 엡1:10에서 그는 ‘때가 찬 경륜/세대’에 대해 말하는데 이것은 미래의 기간을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엡3:2에서는 ‘하나님의 은혜의 경륜/세대/청지기직’에 대해 말하는데 이것은 그 당시에 바울이 선포한 내용을 강조한 것이었다. 또한 골1:25-26에서 그는 신약 성도들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신비가 계시된 현재 세대(혹은 경륜)보다 앞선 또 다른 세대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성경을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이 점진적 계시를 담고 있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점진적 계시란 하나님의 메시지가 단번에 주어지지 않고 일련의 연속적 행위와 다양한 배경을 지닌 많은 사람의 마음과 손을 통해서 계시되었다는 것이다. “지나간 때에는 여러 시대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언자들을 통하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이 마지막 날들에는 자신의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며”(히1:1-2).
성경에는 다음과 같이 여러 시대에 핵심이 되는 사건들이 있으며 이로 인해 하나님의 경영 체제에 큰 변화가 생겼다. (1) 사람의 타락; (2) 노아 시대의 대홍수; (3) 바벨탑 심판; (4) 아브라함을 부르심; (5) 율법 수여; (6)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7) 성령 강림; (8)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이러한 사건들 사이의 기간을 보통 세대(dispensation)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영어권에서 유대인 세대, 크리스천 세대, 복음 세대 등과 같이 아주 흔하게 쓰이는 말이다.
각 세대는 하나님이 독특한 경영 방식과 특권을 허락하신 기간이며 그 길이는 다 다르다. 각 세대마다 하나님께서 주신 독특한 규정과 권리가 있으며 사람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신 진리의 빛의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책임이 주어진다. 새로운 세대가 열릴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그전 세대에서보다 더 많은 진리와 빛을 허락하신다.
성경에는 여러 개의 세대가 나오며 각각의 세대 안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1) 각 세대의 처음에 사람의 상태; (2) 사람의 책임; (3) 사람의 실패: 각 세대마다 사람은 비참하게 실패하며 이 사실은 사람이 위대한 구원자를 필요로 하는 큰 죄인이라는 점을 거듭 거듭 상기시켜 준다; (4) 하나님의 심판: 각 세대는 사람의 실패와 이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끝이 난다.
역사를 통해 하나님은 긍휼과 은혜를 베푸시면서 사람과 놀랍고도 친밀한 관계를 맺기 원하셨고 그 길을 열어 놓으셨다. 모든 경륜/세대에 걸쳐 사람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 믿음을 통해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 “너희가 믿음을 통해 은혜로 구원을 받았나니 그것은 너희 자신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엡2:8). 아벨과 노아와 아브라함과 다윗과 이사야와 바울과 우리가 다 이런 식으로 구원을 받았다(히11, 롬1:16-17; 4:6). 경륜/세대주의는 결코 시대마다 구원받는 방법이 다르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하나님의 방법은 아주 간단하며 은혜에 행위를 더하는 것은 결코 하나님의 구원 방법이 아니다(롬11:6).
다만 세대/경영체제를 구분하지 않으면 성경 해석에 문제가 생기고 하나님의 의도를 바로 분별할 수 없다.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안의 말씀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자적’이라는 말보다 ‘정상적’ 혹은 ‘평범한’이란 말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해석 참조. 어쨌든 문자적 해석은 주어진 문장을 영적으로 해석하거나 비유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며 이런 식으로 성경을 읽으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1) 구약의 이스라엘과 신약의 교회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신약의 교회가 구약의 이스라엘을 대체해서 아브라함과 그의 씨인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모든 약속들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은 비성경적이다(롬11 참조). 이스라엘과 교회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하나님의 경륜/세대 구분을 주장하지 않으며 그 결과 신구약성경의 예수님의 재림과 관련된 예언들을 모두 상징적으로, 영적으로, 비유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지금 중동에 서 있는 이스라엘과 그로 인한 팔레스타인 분쟁, 문자적인 천년왕국 등 하나님의 역사를 바로 볼 수 없다.
(2)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은 단순히 사람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 영광을 받는 것이다. 성경은 사람의 구원을 중심 주제로 삼는 인간 중심의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중심 주제로 삼는 하나님 중심의 책이다. 성경은 분명히 구원이 중요하고 놀라운 것이긴 하지만 구원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목적을 위한 방편이라고 가르친다(엡1:6, 12, 14).
결론적으로 경륜/세대주의는 사람이 만든 신학체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면 그것을 정말로 뜻하셨다고 믿으며 그분께서는 오직 자신이 의도한 것만을 말씀하신다고 믿는 믿음을 말한다. 그래서 바울은 디모데에게 “진리의 말씀을 바르게 나누어 네 자신을 하나님께 인정받은 자로 나타내도록 연구하라.”고 충고하였다(딤후2:15). 그러므로 누구라도 정상적으로 문자적으로 성경을 읽으면 이런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