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더하거나 거기에서 빼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나님의 명령들을 지키라.
(신명기 4장 2절)
마태복음 21장 28-31절 두 아들의 비유, 누가 첫째이고 누가 둘째인가?
마태복음 21장 28-31절의 두 아들 비유를 킹제임스 성경으로 읽으면 이렇다.
“그러나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첫째에게 가서 이르되, 아들아, 오늘 내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 하니 그가 응답하여 이르되, 가지 아니하겠나이다, 하고는 그 뒤에 뜻을 돌이켜서 갔고 그 사람이 둘째에게 가서 그와 같이 말하매 그가 응답하여 이르되, 아버지여, 가겠나이다, 하고는 가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들 둘 가운데 누가 자기 아버지의 뜻을 행하였느냐? 하시매 그들이 그분께 이르되, 첫째 아들이라, 하므로”(마 21:28-31)
첫째 아들은 가기 싫다고 했다가 뉘우치고 갔고, 둘째 아들은 가겠다고 하고는 가지 않았다. 그래서 종교 지도자들은 “첫째 아들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개역성경이나 개역개정은 순서가 반대이다. “맏아들에게 가서 이르되 얘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 하니 대답하여 이르되 아버지 가겠나이다 하더니 가지 아니하고 둘째 아들에게 가서 또 그와 같이 말하니 대답하여 이르되 싫소이다 하였다가 그 후에 뉘우치고 갔으니 그 둘 중의 누가 아버지의 뜻대로 하였느냐 이르되 둘째 아들이니이다”(개역개정, 마 21:28-31). 첫째 아들이 가겠다고 하고는 가지 않고, 둘째 아들이 싫다고 했다가 뉘우치고 가며, 대답도 ‘둘째 아들’이다.
비유의 교훈은 비슷해 보여도,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두 아들의 순서와 종교 지도자들이 대답한 ‘첫째 아들이라’는 말이 모두 뒤바뀐 것이다. 처음에는 ‘가지 아니하겠나이다’라고 했지만 뜻을 돌이켜 포도원에 간 아들은 세리들과 창녀들의 모습이고, ‘아버지여, 가겠나이다’라고 말하고도 가지 않은 아들은 겉으로는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요한을 믿지 않은 종교 지도자들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어느 순서가 원래의 본문인가? 사본들은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사본들의 증거
이 대목의 사본은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째는 킹제임스 성경처럼 첫째 아들이 가기 싫다고 했다가 뉘우치고 가고 지도자들이 ‘첫째 아들이라’고 대답하는 형태이다. 시내 사본(4세기), 에브라임 사본(C, 5세기)의 원래 손, 워싱턴 사본(W, 4~5세기), K, L, Δ 사본, 소문자 사본군 f1, 33번·565번·892번·1241번·1424번 사본을 비롯한 비잔틴 계열 사본 거의 전부와 페시타·하르클 시리아 역본, 불가타(벌게이트, Vulgate)의 일부가 이 형태이다.
둘째는 개역성경처럼 첫째 아들이 가겠다고 하고는 가지 않고 둘째 아들이 뉘우쳐 가며 대답이 ‘둘째 아들이라’로 되어 있는 형태이다. 바티칸 사본(4세기)과 Θ 사본, 소문자 사본군 f13, 700번 사본 등 몇 안 되는 사본에 있다.
셋째는 첫째 아들이 뉘우쳐 갔는데도 대답은 ‘둘째 아들이라’로 되어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 형태로, 베자 사본(D, 5세기)과 고대 라틴어 역본 대부분, 시내 시리아 역본에 있다.
마태복음 21장을 담고 있는 그리스어 사본은 1,000개가 훨씬 넘는데, 그 가운데 개역성경과 같은 순서로 알려진 것은 10여 개이고 그 밖의 사본은 거의 다 킹제임스 성경과 같은 순서이다. 곧 킹제임스 성경의 순서는 비잔틴 다수 사본뿐 아니라 시내 사본 같은 이른 사본의 지지도 받고 있으며, 개역성경의 순서는 소수의 사본에서 나온 것이다.
현대 비평 본문도 돌아왔다
이 뒤집힌 순서는 1881년 웨스트코트(Brooke Foss Westcott)와 호르트(Fenton John Anthony Hort)가 바티칸 사본을 따라 자기들의 그리스어 본문에 넣은 것이고, 개역성경이 이 순서를 따랐다. 그런데 오늘날의 비평 본문은 사본의 지지와 다른 순서가 생겨난 과정을 검토한 끝에 다시 킹제임스 성경과 같은 순서를 택했고, NIV나 ESV 같은 영어 현대 역본들도 이 구절에서는 킹제임스 성경과 같다. 다른 곳에서는 바티칸 사본을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 현대 비평 본문의 편집자들조차 여기서는 바티칸 사본의 순서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개역성경과 개역개정은 옛 비평 본문이 택했던 뒤집힌 순서를 지금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렇게 순서가 뒤집힌 것은 우연한 사본 전승의 차이로 보기 어렵다. 왜 바꾸었을까? 성경을 죽 읽어 보면 가인과 아벨, 이스마엘과 이삭, 에서와 야곱처럼 둘째가 잘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틀에 맞추어 여기에서도 둘째가 순종하는 것으로 본문을 바꾸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
킹제임스 성경이 보존하고 있는 순서, 곧 첫째 아들이 가기 싫다고 했다가 뉘우치고 가고 지도자들이 ‘첫째 아들이라’고 대답하는 순서는 1,000개가 넘는 사본의 거의 전부와 시내 사본의 지지를 받고, 오늘날의 비평 본문과 NIV, ESV조차 이 순서를 따른다. 지금 이 뒤집힌 순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은 140여 년 전의 옛 비평 본문을 따른 개역성경과 개역개정이다. 킹제임스 성경의 순서가 원래의 본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