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더하거나 거기에서 빼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나님의 명령들을 지키라.
(신명기 4장 2절)
마태복음 23장 14절, 여덟 번의 화 가운데 하나가 사라졌다
마태복음 23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향해 “너희에게 화가 있을지어다!”라고 거듭 선포하신다. 킹제임스 성경으로 읽으면 13절부터 이렇게 이어진다.
“그러나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을지어다! 너희가 하늘의 왕국을 닫아 사람들을 가로막고 너희도 들어가지 아니하며 들어가려고 들어오는 자들도 허락하지 아니하는도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을지어다! 너희가 과부들의 집을 삼키고 위장하려고 길게 기도하니 그러므로 너희가 더 큰 정죄를 받으리라.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을지어다! 너희가 개종자 하나를 만들기 위해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만들면 그를 너희보다 두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도다.”(마 23:13-15)
그런데 개역성경이나 개역개정을 펴면 13절 다음에 바로 15절이 나온다. 14절 자리에는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다. NIV, ESV 같은 영어 현대 역본도 14절을 본문에서 빼고 각주로 내렸다. 흠정역 23장에는 “너희에게 화가 있을지어다!”가 여덟 번 나오는데(13, 14, 15, 16, 23, 25, 27, 29절), 현대 역본에는 일곱 번만 남은 것이다.
빠진 14절은 과부들의 집을 삼키고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길게 기도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을 책망하는 말씀이다. 물론 기도를 길게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이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하나님께 마음을 쏟아 놓기보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건함을 드러내려고 길게 기도했고, 그 기도로 약한 과부들의 재산을 빼앗은 자신의 죄를 가렸다. 예수님께서 책망하신 것은 기도의 길이가 아니라 이처럼 하나님을 향한 진실한 마음 없이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기도하는 위선적인 태도였다. 그렇다면 사본들은 실제로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사본들의 증거
이 구절이 없는 그리스어 사본은 시내 사본(4세기)과 바티칸 사본(4세기), 베자 사본(D, 5세기)과 L, Z, Θ 사본, 소문자 사본군 f1에 속한 사본들, 33번·205번·1344번 사본과 892번 사본의 원래 손 등이다. 역본으로는 고대 라틴어 역본의 일부와 불가타(벌게이트, Vulgate)의 일부 사본, 시내 시리아 역본, 사히드 콥트 역본과 보하이르 콥트 역본의 일부가 있다.
마태복음을 담은 그리스어 사본이 1,000개가 훨씬 넘는데 그 가운데 이 구절이 빠진 것으로 알려진 것은 이렇게 10여 개이고 그 밖의 사본은 거의 다 이 구절을 가지고 있다. 곧 워싱턴 사본(W, 4~5세기), K, Γ, Δ 사본, 0102번·0107번 사본, 소문자 사본군 f13, 28번·565번·579번·700번·1241번·1424번 사본을 비롯한 비잔틴 계열 사본 거의 전부와 고대 라틴어 역본의 일부, 불가타의 여러 사본과 클레멘스판, 쿠레톤·페시타·하르클 시리아 역본, 보하이르 콥트 역본의 일부에 이 구절이 들어 있다.
다수 사본 가운데는 13절과 14절의 순서가 서로 바뀌어 있는 것들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이 구절이 성경 본문에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현대 비평 본문은 이 구절을 뺀 소수 사본과 몇몇 고대 역본의 증거를 택하여 이 구절을 본문에서 빼 버렸고, 개역성경과 개역개정, NIV, ESV 같은 현대 역본들은 그 본문을 따라 14절을 비워 두거나 각주로 내렸다.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도 있는 말씀
이 말씀은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도 같은 내용으로 들어 있다.
“그들이 과부들의 집을 삼키고 위장하려고 길게 기도하니 이런 자들이 더 큰 정죄를 받으리라”(막 12:40), “그들이 과부들의 집을 삼키고 보여 주려고 길게 기도하니 바로 그들이 더 큰 정죄를 받으리라”(눅 20:47).
과부들의 집을 삼키고 겉치레로 길게 기도하는 종교 지도자들을 책망하신 말씀은 세 복음서가 다 전하는 예수님의 말씀이다. 현대 비평 학자들은 바로 그 병행 말씀에서 이 구절이 마태복음으로 옮겨 들어왔다고 설명하지만, 마태복음 23장의 다수 사본이 이 구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과 별개의 근거이다. 예수님께서 실제로 하신 말씀이 세 복음서에 다 기록되어 있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결론
마태복음 23장의 “너희에게 화가 있을지어다!”는 여덟 번이다. 1,000개가 넘는 사본 가운데 10여 개를 뺀 나머지가 14절을 가지고 있고, 그 내용은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이 똑같이 전하는 예수님의 말씀이다. 킹제임스 성경은 다수 사본을 따라 이 구절을 본문에 그대로 두었다. 14절은 ‘없음’이 아니다. 거기 그대로 있다. |